간병인 교육을 받고

안녕 하세요? 여성시대 관계자 여러분! 특히 새로운 진행자 조형곤님! 반갑습니다 ^^* 약간은 느릿하면서도 텁텁한 조형곤님의 음성이 아직까지는 어색하게 다가 옵니다만, 앞으로 좋아지게 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오는군요. 진안의 애청자 성기용님의 따님인 혜라 어린이가 쓴 편지글 잘 들었습니다. 혜라 어린이의 세 가지 소원이 다 이루어지기를 저도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저는 익산시 여성회관에서 연중 2회 실시하는 간병인 교육을 일주일에 세번(38시간)받으러 다니느라고 요 며칠동안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교육이 오전에 끝나는 날엔 별 문제가 없는데 오후까지 이어지는 교육에는 초등학교 1학년인 딸 걱정에 노심초사 하면서 말이죠. 제 걱정과는 반대로 의젓하게 잘 지내준 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호스피스의 역활, 환자간호가정의 기초, 발 마사지, 노인간호 과정, 중풍환자의 관리에 대해 이론 수업과 실습 수업을 받고나서 26일. 27일은 실제로 현장에 나가서 체험을 하였답니다. 저를 포함한 29명의 교육생들이 3조로 나뉘어서 각각 원대병원과 원대한방병원,목천 우석병원으로 실습을 나갔습니다. 제가 팀장을 받게 된 우리팀 2조는, 왕언니 향순언니등 열 명이 긴장된 마음으로 실습 현장인 목천 우석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 관계자분으로부터 간단한 주의사항과 설명을 듣고 두명씩 짝을 이뤄 각 병실로 투입이 되었는데 저는 짝꿍이 된 순애언니랑 중환자실에 배정이 되었습니다.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소독약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우울한 분위기에 압도되고 막상 중환자실에 들어가니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기분이 되었습니다. 미리 가지고 간 가운을 입고 순애언니랑 저는 처음엔 무슨 일을 해야할지 몰라서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는데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간병사님께서 친절하게 하나 하나 가르쳐 주셨습니다. 특히 중환자실에 계시는 환자들 대부분은 고령환자과 많고 암 말기 환자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 곳 환자들 대부분이 심한 욕창에 걸려서 고생을 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고 욕창 예방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습 첫 날은 모 교회에서 나온 자원 봉사자들을 도와 목욕 시키는 일을 했습니다. 온전한 육신이 아닌 환자들의 몸을 씻는다는 일 자체가 제겐 두려움으로 다가 왔지만 이를 악 물고 견뎌 냈습니다. 시간마다 통풍을 위해 환자들의 체위 변경을 해 드리고,수시로 지저귀를 살펴 보고, 콧줄을 통해 음식물을 주사기로 넣어 드리고,소변줄을 통해 나오는 소변량을 체크하는 일을 간병사를 도와 실습을 하였습니다. 이런 하나 하나의 일들이 저에겐 힘에 부친 일이었는지 첫 날, 실습을 끝마치고 집에 와서는 샤워를 하고 겨우 저녁을 지어 먹고 벌러덩 누워 버렸습니다. 특히 양 손목이 저리고 아프더군요. 환자들의 체위 변경을 할 때 저는 요령대로 하기보다는 힘으로 했던 것 때문이지요. 두번째 날은 첫째날 보다 훨씬 수월하게 환자들을 돌보게 되었습니다. 첫 날은 음식물을 주사기를 통해 콧줄에 넣을 때 혹시 공기가 들어가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 잔뜩 긴장을 하고 하는 바람에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었는데.. 그래도 하루 해 봤다고 제법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군요. 냄새가 고약한 환자들을 대할때도 얼굴이 덜 찡그려지게 되었고요. 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고개가 돌아가 버리는 심한 욕창 환자들의 드레싱 장면을 두 눈 크게 뜨고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2틀동안 실습을 했던 목천 우석병원 중환자실엔 대부분의 환자들이 고령이고, 연고자들이 없는 행여환자나 극빈 환자들이라 합니다. 설령 가족들이 있다 하여도 생업을 핑계로 환자들을 돌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생각나는 환자 두 분이 있습니다. 한 분은 71세 암환자 할머니신데.. 그 방에서 유일하게 말씀을 하실 줄 아는 환자이십니다. 배에 복수가 차서 임신말기 산모처럼 배가 불러 있는 그 할머니는 고통이 심하셔서 잠시도 가만 계시지를 못 합니다. 금방 눕게 해달랬다가 앉혀 달랬다가 수시로 주문이 많고 맛사지 해 드리면 꼬집는다고 억지 소리를 하시며 불 같이 화를 내시기도 하고, 그 와중에도 혼자 기거 하시던 집이 걱정이 되신지,집에 가서 텃밭도 둘러보고 여기저기 눈으로 보고 오신다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생 때를 쓰셨습니다. 어제는 소변줄을 손으로 뽑아 버린다고 어찌나 고집을 부리시던지, 휠체어에 모시고 병실 밖으로 산책을 갔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서 있는데 농짝(장농)타고 가냐고 물으셔서 첨엔 무슨 말씀인지 몰라서 얼른 대답을 못해 드렸더니 버럭 화를 내십니다. 병원 로비까지 나와서 바깥 바람을 쐬게 해 드렸더니 기분이 좋으신지 고통 스러운 표정 대신 잠시 환한 얼굴이 되셨습니다. 이 길로 병실에 안 들어가고 집으로 가고 싶다던 그 할머니!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계시는지 정말 궁금 합니다.꼭 완쾌 되셔서 댁으로 가셔야 할텐데.. 두번째로 기억에 남는 환자는 58세 남자분이십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 분은 촛점 없는 눈동자. 한시도 쉬지않고 딸국질을 하시는 분입니다. 무연고 환자시라는데 얼굴이 잘 생긴 호남형이십니다. 첨에 병원에 오셨을때 잘 생긴 외모 때문에 간호사들 사이에 00오빠로 불리웠다는 그 분은 당신 마음에 와 닿는 소리를 하면 우우~~ 하시면서 소리를 내고 상체를 일으키고 눈물까지 흘리신답니다. 굳어서 잘 펴지지도 않는 아저씨의 팔과 다리를 주물러 드리며 제가 "아저씨 정말 미남이세요, 젊으셨을때 인기 많으셨겠어요"하니까 저를 쳐다 보시며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힘 없이 눈물만 흘리시던 그 분이 생각나서 갑자기 목이 잠겨 옵니다. 돌아오는 수요일날엔 사례 발표 및 수료식을 하게 됩니다. 저랑 같이 간병인 교육을 받으신 분들 중에는 돈도 벌면서 봉사를 하실 목적으로 교육을 받으신 분들도 있고,저처럼 나중에 아이들 다 키워 놓고 좋은일을 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뜻이야 어떻든 간병인으로서의 기본은 사랑이 전제되어 있지 않으면 힘든 일이단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좋은뜻으로 교육을 받고 현장 실습까지 마친 여러분들의 뜻이 이루어 지시기를 진정 바랍니다. 그리고 간병인 교육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가까운 곳에 문의 하셔서 (익산은 익산시 여성회관) 돈도 머시고 봉사도 하는 즐거움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꼭 취업을 하지 않더라도 간병인 교육을 받으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습니다. 저는 교육중에 배운 발 마사지는 실제로 집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답니다. 윤승희,조병곤님! 그리고 여성시대 애청자 여러분! 실제로 실습을 하면서 느끼고 배운 것들이 많은데 제대로 정리가 되질 않아 아쉬운 마음 금할길이 없습니다. 이것이 저의 글쓰기의 한계인가 봅니다^^*. 그럼 다음에 또 소식 전해 드릴것을 약속 하면서 오늘은 여기서 끝을 맺습니다. 익산에서 애청자 올림 익산시 영등동 우미 a 103/201 류 미숙 (834 - 5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