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의 돈이 뭔지

안녕하세요. 여성시대 윤승희 조형곤씨 그 놈의 돈이 뭔지, 돈 없는 게 죄입니까? 저는 지난 3년전 IMF의 한파속에 직장을 잃고 지금까지 번번한 일자리 없이 전전 긍긍하고 있는 실직 가장의 아내입니다. 결혼한지 13년 저희 큰 애가 초등학교 3학년때 아직 돈이 뭔지 가난이 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할 때 제 남편은 그 잘나가던 유망중소기업의 과장으로 근무를 하다가 그만 하루 아침에 회사의 부도와 함께 실직가장이 되었습니다. 다행이 당시에 은행빚을 끼고 아파트 한칸은 마련했었고, 남들 보기에 그럴싸한 자동차도 갖고 있었으며 주말에는 바닷가나 산에도 한번씩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여유로운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마음으로나마 풍족하게 살자는 쪽이었죠. 무언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너무 갑자기 당한 일이라 저희 부부는 몇 개월을 그냥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여러 차례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 봤지만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더 좋은 보수를 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먹고 사는데는 지장없는 다시 말해 빚이 늘어나지 않는 직장을 원했습니다. 쉽지 않더군요. 몇 달 준비없이 놀고, 몇 달간은 이리 저리 뛰다가 허송세월을 보내고 나니 10여개월이 지나갔습니다. 남편은 더 늦출 수 없다고 사업을 결심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사업이라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하겠기에 아니 계획이라기 보다는 어떤 사업이 좋을지 알아 보는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그럭저럭 돈이 될 것 같고 저기서 저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나마 가진 재산 다 탕진할 것 같고, 결코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어쩝니까. 자꾸만 시간은 흘러 가고 빚은 늘어 가고, 정말이지 길거리에서 인형을 떼어다 팔까 하고 생각해 보고, 붕어 빵을 구워서 팔아 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결국 사업은 상상속에서만 맴돌았고, 남편은 조그만 건설회사에 취직해서 현장 관리에 관한 모든 일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일은 그전보다 두배나 힘들고 보수는 훨씬 적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은 아무 때나 할수 있는 일, 영업직으로 부업을 시작했구요. 남들은 3개월도 버티기 힘들다는데 저는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조금 나아져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윤승희 조형곤씨. 초등학교 6학년짜리 하나하고 3학년짜리 하나 키우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야만 하나요? 학교 끝나고 학원 한두개는 기본입니다. 저와 비슷한 일을 하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자녀 둘 학원 보내려고 부업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학원 말고 학습지 과외 따로 있죠. 나이에 따라 롤러브레이드니 자전거니 퀵보드니 하는 것들을 사줘야 하구요. 컴퓨터 없이 어떻게 학교를 보냅니까? 컴퓨터 있으면 한달에 3만원정도 하는 인터넷 선은 기본이구요. 이렇게 저렇게 아무리 짜게 계산해 봐도 한달 4-50만원은 족히 넘더군요. 제가 한달간 이런 저런 고생끝에 돈을 번다고 하지만 제가 돈을 벌기 위해 왔다 갔다 교통비하며 점심 먹고 다니고, 구두도 사 신고 머리도 자주 하고 옷도 가끔 사 입어야 하고 그리고는 아이들 뒷바라지 하고 나면 결코 남는 게 없습니다. 그래도 내가 벌어서 아이들 가르치기라도 하는게 어디야 하고 저 혼자 위로도 하고 달래도 보지만 웬지 돈이 미워지고 씁쓸해 집니다. 그게 어떻게 해서 버는 건데 한푼도 저축할수도 없고 부모님 용돈한번 제대로 못드리게 되다니 하고 가슴이 아파옵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비용의 절반만 부모님께 드린다고 해도 그 분들이 뿌듯해 하실 일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한 두해 더 이런 고생 한다고 빚이 모두 갚아지고 직장이 더 좋게 변하고 저 역시 수입이 더 늘어날 거란 기대는 솔직히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시부모님 그리고 친정 어머님에게는 빈손으로 혹은 시늉으로만 인사해야 하는 겁니까? 애들 학원을 하나씩 들 보내고 용돈을 더 드릴까 하고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럴 용기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은 해가 갈수록 돈이 더 필요하실텐데, 어디다 하소연 할데도 없고, 누가 정답을 가르쳐 주지도 않는군요. 어떻게 해야 할지 누가 좀 알려 주세요. 오직 답답하면 이렇게 방송국에 편지를 다 쓰겠습니까? 선물은 주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저에게는 속시원한 뭐 좋은 방법이 필요하거든요. 그럼 수고하세요. 익산에서 고민하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