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몸 희생하지 뭐

저녁 9시에 걸려온 전화는 내일 토요일에 축산당직을 맡아 달라는 관장님의 부탁이다. 내일은 내가 사투리 경연대회 예선전을 치루기 위해 전주에 가야만 하는데... 원고를 써서 읽어보고 다시 고쳐쓰기를 대여섯번은 했을것 같다. 원서접수도 할 시간이 없어서 우편으로 접수해야만 했었고, 내일 참석하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일이 꼬이다 보니 내년으로 미룰수 밖에 없게 되었다. 젊은 내가 양보 해야지 어쩌랴. 축산팀원들은 오십대 후반부터 육십대 초반의 나이 드신 분들인데, 내일 바닷가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한명이라도 빠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모두 다녀오시기로 한 것이다. 대책이 없었다. 가축을 조금이나마 돌볼줄 아는 내가 사투리 경연대회 참가를 포기하고 가축들을 볼보아야지 하는 마음이다. 안녕하세요! 여성시대 가족 여러분. 제가 사투리 경연대회에 참가 하려고 준비 중에 있었는데 갑자기 사정이 생겨 참가는 못하지만 제가 준비 했던 원고를 사투리 발음을 흉내 내보시는 기회로 삼으시면 좋겠읍니다. 제목:인자 우리 농사꾼 한테도 희망이 보이요. 친애하는 농사꾼 여러분! 나가 쬐깐은 아그때부터 커 나옴시로 보고 배운 것이 농사 일이요. 날만 새면 소 깔 한 망태 비어다 놓고 핵교 가는 것이 하루 일과 중의 하나 였당게요, 요샌 흔한 상이 개근상일지 몰라도 나가 초등 핵교 댕기던 70년대에는 개근상 받기도 검나게 힘들었어요. 보리비고, 모 순글때가 되면 농사일이 먼저제 학교가는 것은 그 다음 이었당깨요. 그랬어도 우등상은 꼭 받아왔어요. 머리빡은 쬐깨 영리했든가 봐요. 어이! 나 손좀 보소. 때깔도 껌지만 거칠게도 생겼제 꼭 상어가죽같어. 나 요 손 때문에 시방까지 많은 오해를받고 살아오고 있당께로. 초등학교 댕길때는 용의검사란 것이 있었단 말이시 핵교가 파한뒤에 집이 와가꼬는 동네앞 또랑에 가서 맨들맨들헌 돌맹이을 주서서 피가 나도록 때를 벳기고 학교에 가는디도 때 안 벳기도 왔다고 맞았거든. 그래서 맨날 서러웠는디, 요샌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악수로 인사흐먼 "고생이 겁나게 많구만이. 살살 쉬어감서 혀." 라고 위로를 받고 살아간당께요. 여태껏 농사일 이라고 허면 도시에 살던 사람들한테서 "헐일 없으면 시골가서 농사나 짓겄다" 라는 말로 무시룰 당해왔는디. 농사일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여. 농사는 예술이여. 사시사철 가뭄과 장마, 글고 태풍과 폭설이 농사꾼의 맴을 졸여 오는디 요런 험상시런 것들을 모다 이게뿔고 꿋꿋이 걸어가는 농사꾼들이 예술가가 아니겄어요? 사장도 되고 일꾼도 되는거이 지금까지의 농사일이었다면, 인자 생각을 바꿔야혀. 키우는 일과 갖다가 파는일로 나놔져야 헌당깨. 그래서 키우는 사람은 누구보담도 좋고 깨끗하게 키워야 허고 갖다가 팔아묵는 사람은 어느 누구에게 팔거인가를 생각혀서 먹는사람들헌테 적당한 값을 매겨서 팔아주는 것이 헐 일이여. 인자 정부에서도 빚덩이에 올라앉은 농사꾼들을 그대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요. 쌀이 남아도니까 쌀대신 다른 작물을 순구먼 직불젠가 뭔가 하면서 보태 주고 있고, 비료와 농약에 오염되어가는 땅을 살려 볼라고 험시로 친환경농사를 짓는 사람헌테 지원금을주고 있다고 들었는디, 묵을것이 모지랠때는 만이 나게 헐라고 비료를 찌끄렀고 비료가 논밭에 뿌려지면서 만이 나기는 혔지만 병충해도 늘어 뿐졌어. 그래서 농약이 나오고 농약 찌끌다가 중독되어 씨러지는 농사꾼이 하나둘씩 늘어가게 된것이제. 비료를 적당하게 쓰면 작물한테는 보약일텐디 좋다고 만이 쓴께 바람만 쬐께 씨게 불어도 쓰러지는 나락들이 되어뿐졌어. 거름으로만 키운 나락은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씨러지지 않고 멀쩡흔걸 보면 참 멋있당께로. 삼겹살 흐면 생각나는 싸묵을 넘새가 뭣이요? 잉 바로 상추요. 상추만 보더라도 빨리 크라고 비료를 찌끄러싼 상추는 이틀을 못가고 누렇게 떠 버리는디 거름만 흐고 키운것은 열흘이상 그대로 보관할수 있당깨요. 우리가 키워낸 거이 장삿꾼들이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해갖고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춤을 추고는 것을 보면 속상해 죽겄어요. 공산품 맹키로 값을 딱 정해놓고 팔았으면 좋컸는디 말이요. 인증제란 말 들어봤시요. 무농약 품질인증이니, 유기재배 품질인증이니 허는 것 말이요. 정부에서 이사람이 키워낸 것들은 믿을만 하다고 인정해 주는 제도인디 값을 장삿꾼들한테 농락당하지 않고 농사꾼이 직접 정할수 있을 정도로 겁나게 위력이 있는 제도란 말이시. 한 3년정도는 다른 농사꾼들한테 손가락질과 정신나간놈 소리를 듣더라도이 환경을 생각흠시로 농사를 짓다보면 인증을 받아가꼬 비싼값을 받을수 있고, 후손들한테도 깨끗한 환경을 남겨주는 농민이 되어 보자구요. 어뗘요! 인자 희망이 쬐깨 보이요? 감사흐요이.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 포암마을 김영수 T.625-2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