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또 긴 얘기

안녕하세요? 여성시대를 사랑하고 아끼는 맘으로 오늘도 잠시 들려 봅니다. 얼마전에 경주로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장황하게 기행문 형식을 빌려 한번 써보려구요. 너무 길다고 읽다가 포기하시면 안돼요. 경주를 다녀와서.... 내겐 소중한 친구가 있습니다. 생면부지 이곳 군산으로 시집와 바쁘게 산다는 이유로 변변한 친구하나 사귀지 못하고 긴시간을 보내다 어렵게 사귄 이웃사촌이자 친구인 태민네 가족과 다은네 가족입니다. 형제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멀리 있어 자주 가까이 할 수 없으니 정말 멀리 있는 친척도 이웃사촌만은 못하다는 노랫말처럼 우린 그렇게 함께 가족끼리 모여 휴일이면 찜질방도 가고, 날씨라도 더운 여름날이면 야외로 나가 삼겹살도 구워먹고, 정말 한 가족처럼 보냈습니다. 그런데 올3월에 태민네가 아빠의 발령으로 멀리 울산으로 이사를 가게 됐던 거지요. 서운하고, 애닯기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는데...그러던 벚꽃피는 어느 봄날 우린 서로를 그리워하며 만날날을 정하고 이곳 군산에서 여행을 가는 겸해서 경주와 가까운 울산팀과 경주에서 합류하기로 근사한 계획하나를 세우게 되었던 거지요. 어렵사리 두 가족이 일정을 맞춰 정한날은 주말과 현충일이 낀6월4일~6일까지 연휴로 택하고 차질 없는 준비를 하며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가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우린 여행도 목적이지만 이사간 태민네집을 처음 방문하는 터라 부자되라고 세제도 준비하고, 태민네가 즐겨먹는 도마토도 맘껏 사고, 우리가 가서 어차피 먹어야 한다는 핑계로 수박, 참외를 사서 차에 미리 싣고, 가는길에 먹을 점심도 챙기고, 여행가방에 두루두루 챙길 것 챙기고 나니 출발약속에서 20분이나 지나가 있었습니다. 남편은 장거리 여행이라 혹시 모를 차량점검에 주유도 넉넉히 하고 차안 청소도하고 드디어 출발! 울산으로 아니 경주로 출발!! 우리는 집앞에서 일행을 만나 대전까지는 국도로 가고 서대전 나들목에서 남부순환도로로 진입해 경부선을 타고 가다 금강휴게소에서 일차쉬고, 경주나들목으로 나간다는 대충의 약속을 정하고는 이내 출발했습니다. 정말 날씨마저 화창해 우리의 여행은 너무도 즐겁기만 했습니다. 국도를 따라 달리는데 창가로 스치는 길가의 초록잎위로 어우러져 흐드러진 노란 이름모를 꽃이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가도가도 이어지는 꽃길의 행진에 절로 감사의 기도를 올렸지요. ‘이 꽃길 만드느라 고생하신 분들은 모두 천국가게 해주세요’라고 말이지요. 몇 해전에 외국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만든 달력에서나 봄직한 그런 멋진 풍경이 파노라마로 제 앞에 펼쳐지는데 그걸 보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거지요. 그런 아름다운 꽃길을 달리며 우리가족은 돌아가며 노래도 부르고, 신나게 합창도 하면서 여흥을 즐기며 두어시간쯤 달렸을때 우리앞에 금강휴게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제가 처녀때 종종 놀러오기도 했던 곳이라 개인적으로 향수가 어려있기도 하고, 시간이 1시라 점심도 할겸 잠시 쉬어가기로 했답니다. 일행과 우린 산과 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좋은 밴치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간 찰밥에 김밥을 펼쳐놓고 맛있는 시간을 보낸뒤, 좋은 배경을 골라 기념사진도 남기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재촉했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금강휴게소가 아니니까요. 다시 출발한지2시간30분쯤 달려 경주 나들목에 도착하니 저녁5시가 되었더라구요. 이곳에서 태민엄마와 전화통화로 대략 위치와 약도를 설명듣고 우린 다시 울산으로 향했습니다. 태민네는 울산이지만 경주와는 인접해 있는 울산의 초입이라 7번 국도를 타고 30분쯤만 달리면 된다기에 다왔다는 설레임으로 여행에 박차를 가했지만, 이도 잠시 토요일이고 연휴라서인지 경주를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길은 차들로 넘쳐나게 되었고, 시간은 자꾸만 지연돼 태민네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도착했을때는 벌써 어두워져오는 저녁이 되어 있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려하는데, 벌써 낯익은 얼굴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고, 빙그레 웃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태민네가족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반가워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서로 그동안의 지낸 이야기로 식사도 하며 시원한 맥주도 한잔씩 곁들이며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 이야기에 간간히 내일의 경주여행 일정도 있었지만, 우린 솔직히 하염없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답니다. 그러나 점점 늦어지는 시각에 우린 먼 길 달려온 피곤함과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우린 조금은 게으른 아침을 먹고, 점심준비로 잠시 부산을 떤다음 아줌마 셋이 같은 옷을 입자는 촌스러운 제안에 맞춰 미리 준비해간 셔츠를 맞춰입고는 경주여행길에 올랐답니다. 익히 어제 한번 왔던 길은 이미 익숙한 길이 되어 있었고, 한적한 길을 술술 잘 달려 정말 30분쯤 후에 우리일행은 경주 불국사 입구에 도착을 했습니다. 3가족이 모두 4명씩이니 우리 여행단의 규모도 제법 그럴듯한 단체가 되어 입장표를 끊고 불국사 안으로 들어섰는데, 아직은 어린 우리 일행은 입구에 있는 연못속 커다란 잉어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고, 어쩔수 없이 잉어와 한참을 시끌벅적 거린후에야 우린 우리가 지면에서 그토럭 자주보던 불국사 전경과 맞딱드리게 되었지요. 1300여년을 지켜온 그 도도한 자태는 우리의 자존심을 높이 세워주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잠시 솔바람과 약수물로 땀을 식힌후 우린문화재 보호차원으로 청운교 백운교를 직접 지나가진 못하고 우회해서 돌아 불국사대웅전 앞뜰에가니 아!그토럭 자주보던 다보탑과 석가탑이 사이좋게 어우러져 파란 하늘과 마치 키재기 하듯 우뚝 솟아있었습니다. 잠시 관광객틈에 끼어 설명을 들으니 다보탑 네 곳에 있던 돌사자상(국보제20호)이 일제시대때 일본사람들 손에 유실되었는데 다행히 서쪽에 있는 사자상은 귀가 심하게 부서져 손실위기를 면하고 지금껏 보존되어오고 있다는 사실과 아사달과 아사녀의 가슴아픈 전설이 시작되는 일명 '무영탑'이라 불리는 석가탑3층에서는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발견돼 더욱 우리조상의 슬기와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답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풍경소리를 들으며 경내를 돌아 나와 우린 다시 천마총으로 향했습니다. 경주는 세겨적인 관광도시답게 시내 전체가 유적지요 관광지로서 이정표가 잘 돼 있어 길을 찾기가 어렵진 않아 쉽게 천마총에 다다를 수 있었고 우린 산책하듯 신라고분들이 밀집되어 있는 대릉원을 둘러 보았습니다. 보기엔 시골에 있음직한 낮은 동산처럼 생긴 것들이 모두 고분이라니 정말 놀랍기도 하고 그 고분의 높이가 낮게는 1m에서 23m에 이른다 하니 신라의 위세가 느껴지는 듯도 했습니다. 우린 그 많은 고분들중 발굴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는 천마총을 둘러보고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도 들여다 보며 다시한번 천년 전에 정말 저런 아름다운 물건들을 만들었을까하는 궁금증을 안고 돌아 나왔습니다. 이른 더위를 우리는 아이스크림으로 달래며 나무그늘에서 잠시 담소를 나누다 발길을 돌려 첨성대로 향했습니다. 첨성대는 대릉원 앞 넓은 잔디광장을 지나 위치해 있어 이야기도 나누면서 걸어서 도착할수 있어습니다. 가는 도중 아이들은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재미있게들 놀더라구요. 나 또한 푸른 풀밭위에 하늘을 바라보며 大자로 눕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조금있는 품위를 생각해서 겨우 참았답니다. 정말 저만치 펼쳐있는 ‘계림’과 어우러진 파란 잔디와 하늘이 지어내는 풍경은 화창한 날씨와 함께 정말 그만이었습니다. 우린 아이들과 놀이를 뒤로한채 먼곳에 온 이상 한가지라도 더 보고 느끼고 가르쳐 줘야 한다는 한국아즘마들의 근성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첨성대를 열심히 설명하는 관광가이드앞에 섰지요. 그리고 설명을 듣는데..정말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도 신기한 이야기에 조상이 자랑스러워 입을 다물수가 없더라구요. 시멘트하나 사용하지 않고 돌만 쌓았을 뿐인데 쳔년 비바람을 이겨내는 공법의 비밀, 첨성대가 평지에 있는 이유는 지금은 공해가 심해 별이 잘 보이지 않아 천문대가 평지에 없고 산위에 있다는 이야기, 선덕여왕(632~647)때 만들어진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 관측대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일행은 아쉽지만 경주관광을 마치고 동해쪽으로 빠져 감포를 지나 해안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얼마쯤 달려오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바다에 수장된 무령왕릉을 바라 볼 수 있었습니다. 잠시동안 그곳에서 아이들과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밀려오는 파도와 재미있는 줄넘기 놀이를 한후 동해항 어는 이름모를 항구에서 싱싱한 회를 떠 갖고 울산집에 도착하니 저녁9시. 우리는 싱싱한 회와 밥과 술 한 잔으로 맛난 저녁을 먹고는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또 긴 이야기 꽃을 피웠답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는 사람들처럼 한참이나 늦은 저녁 잠자리에 드니 피곤이 몰려와 등을 기대자 마자 다들 잠이 듭니다. 이렇듯 차가운 밤바람과 함께 우리의 아쉬운 이별은 점점 다가와 아쉬움으로 아침을 맞았습니다. 우리는 돌아올 준비를 하느라 부산한 아침을 맞이했고, 남해로 돌아오려던 당초계획을 수정해 이별을 늦췄고, 다함께 경주 토함산에 올라 만남을 연장하기로 했답니다. 자동차로 불국사를 지나치듯 산등성이로 올라타 감포가는 길을 따라 굽이굽이 돌다보니 석굴암 이졍표가 나왔고, 우린 자동차의 도움으로 가볍게 토함산에 오를수가 있었습니다. ‘토함산에 올랐어라, 해를 안고 품었어라~아~아~한발두발 걸어서 올라라 맨발로..’ 다 알지도 못하는 유행가 한도막을 흥얼거리며 주차장에서 다시 걸어 산굽이를 돌아돌아......상수리잎으로 고깔모자처럼 만들어 가득담은 뽕나무 열매 오디를 사서 아이들에게 옛 추억을 설명해주며 걷노라니 어느새 석굴암에 도착.헉헉 숨을 몰아쉬며 몇 개단을 단숨에 오르니 어머나~~ 단아하게 앉아 계신 부처님이 동해에 솟는 해를 품을 듯 바라보시는데, 그 오묘한 인자함이 묻어나는 웃음이 절로 내 마음을 편하게 하는 듯햇습니다. 살랑살랑 바람에 베어나온 땀을 식히고 석굴암약수물로 목을 축이니 내가 부처가 된 듯 세상이 달리 보입니다. 몇몇 웃음을 주고받으며 우린 다시 길을 재촉해 경주시내에서 맛난 점심을 먹었습니다. 산채비빔밥에 산채정식을 시켜놓고 감자전에 도토리묵무침으로 동동주 한잔씩을 걸치니 참 좋았습니다. 사실 우리동네 맛하고는 비교도할 수 없었지만 나름대로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후 음식점 앞에서 우린 갈길을 재촉했고, 약간의 눈시울로 아쉬움을 달래고, 가을에 장소를 정해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는 헤어질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길 핀곤함을 핑계로 운전하는 남편에게는 너무도 미안했지만, 열심히 졸면서 졸면서 ....그렇게 돌아오는 길. 모든 여행이 그렇듯이 떠날 때 그토록 아름답던 푸른산과 노란꽃들이 생기를 잃은 듯 흐느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날의 생생함을 잃어버리고... 군산에 도착하니 땅거미가 내리는 시간. 우리는 즐겁고도 아름다운 경주여행을 그렇게 추억이라는 제목을 붙여 과거의 파일에 저장하며 여행을 마쳤습니다. 이상입니다. 저는 군산시 조촌동 현대a103동1502호 삽니다. 휴대번호는 011-9439-6759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