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중

윤승희&박일두 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인사 드립니다. “전주는 비가 오고 있는데 제주도는 날씨 좋니 딸 오늘 환상적인 일정이 되길 바란다 말타면서 허리펴” 조용히 가을비 내리는 대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수학여행 중인 작은아이가 생각났습니다. 오늘 3일째 제주도 여행중인 딸아이가 하루에 두세번씩 문자 메시지를 보내 왔는데 거기도 비가 와서 오늘 승마를 할 거라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까 염려스러운 맘이 들어 먼저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어느새 여고생이 된 작은아이가 한달 전 쯤 수학여행 통지서를 받아 왔더군요. “엄마 저 수학여행 안 갈꺼예요?” “고등학교 수학여행이 두 번이냐? 왜 안가” 통지서를 받아 들고 보니 제주도 3박 4일 일정에 예정코스까지 상세히 적혀 있는 걸 보고 두 번 거론할 여지없이 딸의 말을 잘라버렸지요. 며칠이 지난후 깜박 잊고 있는 사이 딸아이가 친구들도 수학여행을 가길 싫다고 했다면서 무관심한 듯한 엄마에게 다시 말을 꺼내더군요. 제주도 여행은 살면서 몇 번을 갈 수 있겠지만 수학여행에서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는 없는 거라면서 나름대로 수학여행의 견해를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엄마 때는 돈이 없어서 못 갔지만 지금은 뭣 땜에 안 가냐?” 큰아이가 수학여행을 갈 때 이미 엄마의 아픈 추억을 들어서 알고 있는 딸에게 다시 한번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포기 해야 했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70년대 농사를 지으며 6남매를 키우셨던 부모님 슬하에 우리들은 배고픔을 참아야 할 만큼 가난에 허덕이던 시절이였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때 수학여행을 간다는 말을 듣고도 부모님께 말씀조차 드리지 못하고 혼자 포기하고 말았던 당시 내 모습을 돌이켜봤습니다. “엄마도 지금 돈이 없으시잖아요.” 뜻밖에 딸아이는 수학여행을 안가겠다는 이유를 돈에 두고 있다는 속내를 보여 주더군요. 아마도 용돈을 주면서 투정하던 엄마의 말이 가슴에 못이 박혀 있었던가 봅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면서 수학여행의 부푼 꿈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차츰 날짜가 다가오자 철부지 딸아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오빠에게까지 수학여행 간다면서 용돈을 요구하더군요. 오빠에게 어떻게 애교를 부렸는지 아르바이트로 모은 귀한 돈에서 거금 십만원을 타내고는 1주일 전부터 친구들과 여기 저기 둘러보면서 새 옷도 사고 모자도 사면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며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엄마 나 제주도예요.” 수학여행을 떠나던날 아침 일찍 잔뜩 멋을 내고 나서더니 정오를 조금 넘겨서 그새 제주공항이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공항안에서 다른 비행기를 타고 오는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 공항을 나섰을때 제주도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기억했다가 집에 와서 엄마에게 말해 달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엄마 ㅋㅋ 여기는 레포츠공원인데 비가와; 찻속에서 밥 먹어었엄 ㅋㅋ 볼껀없지만; 제주도 좋아 ㅋ” 하는 문자를 시작으로 취침시간 전까지 전화를 해서 제주도 여행의 기쁨을 담아 보내 주곤합니다. 하필 첫날 제주도에 비가 와서 방해가 되었을 것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제주도를 몇 번 다녀온터라 딸아이가 있는 위치를 짐작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 지금 선물 사라고 쇼핑시간 줬는데 내일 집에 간다. 그런데 가기 싫어요.” 아침 일찍 엄마가 먼저 보내준 메시지를 받은 딸아이는 전화를 해서 이제는 제주도에 푹 빠진 듯 집에 오기가 싫다고 합니다. 이튼날 한라산 등반 중이라면서 보낸 메시지하며 천지연 폭포앞에서 사진 촬영 많이 했으니 집에 가서 보여 준다는 딸아이의 활기 넘치는 문자들을 몇 번씩 읽어 보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오길 빌어 봅니다. 주소: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쌍용아파트 602동 1012호(010-3927-7372) 추신: 욕심 많게 이일 저일 벌려 놓고 있어 생활이 바쁘답니다. 두분의 방송을 들으면서 잠깐씩 여유를 찾기도 하지요. 가끔 들러 인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