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나들이

곱게 물든 단풍이 낙엽되어 떨어진 늦은 가을 가족나들이를 했습니다. 작년 3월 큰조카가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 아이라 조카의 변화에는 우리 가족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곤 했습니다. 입대를 앞둔 조카를 집집마다 불러 따뜻한 식사를 마련해 주면서 꼭 면회를 가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고등학생이였던 아들녀석이 엇그제 징병검사를 받았으니 세월은 흘러가는데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실천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올 여름 이사를 간 남동생 집도 가봐야 했고 두달전 출산을 한 막내 여동생 아기 모습도 궁금해서 큰맘 먹고 전주에 살고 있는 여동생과 한달전부터 날짜를 잡고 약속을 했습니다. 서울 길도 서툴고 주말 교통이 복잡할 것을 예상은 했지만 면회 갈 것을 감안해서 어쩔수 없이 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습니다. 먼저 송천동 농수산물 시장에 들러서 서울사는 동생들까지 나눠줄 밀감을 네상자 사서 싣고 출발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고속도로는 체증이 되었고 무려 여섯시간에 걸려서 동생집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여동생 가족들까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어 집안은 북적북적 하더군요.우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음날 일정을 계획했습니다. 이튼날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 6시 뻥뚤린 서울 시가지를 다려 경기도 하남으로 갔습니다. 떡방앗간을 하고 있는 당숙집에 미리 예약한 떡을 찾고 서둘러 9시 30분 바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문산에 도착하자 군복을 입은 군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하자 군부대가 가까워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신세대 군인들에게 인기 1위라는 피자를 사기 위해 가게에 들렀더니 손님들까지 군인과 면회 온 듯한 가족들 모습 일색이더군요. 따끈한 피자 3판과 통닭에 김밥까지 푸짐하게 사들고 부대 위치를 물어 본 후 부대를 향해 떠났습니다. 산길로 굽이 굽이 들어가 부대 정문에서 면회신청을 했더니 글쎄 분대장 교육 받으로 가고 없다는 예상치 못한 말에 앞이 깜깜했습니다. 먼길에서 온 것을 감안했던지 다행히 면회가 허락되어 출장 나간 부대를 알려 줘 우리는 다시 낯선 길을 헤메며 신병훈련소까지 찾아갔습니다. 어렵게 면회를 했지만 교육시간을 빠질 수 없다는 조카의 말에 30분간 짧은 면회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준비해간 떡과 과일을 들려 보내고 다시 돌아오는 발걸음은 허전하기도 했지만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차 3대가 전부 함께 오셨습니까?" 정문을 지키던 군인아저씨가 놀란듯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지금쯤 조카도 할머니와 고모들 가족과 작은아빠 가족까지 무려 20명의 얼굴을 떠 올리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을 것 같아 흐뭇합니다.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쌍용아파트 602동 1012호 (010-3927-7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