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작년 겨울.....
영영 끝나지 않을것 같던 동장군의 기세도 입춘을 고비로 한풀꺾였는지
요즘은 제법 한낮의 햇살은 봄햇살처럼 따사롭고 불어오는 바람도 살랑살랑 나긋해졌네요.
두분 안녕하세요?
따사로운 햇살이 어찌나 반가웠는지 겨울내내 추위로 꽁꽁 닫아두었던 베란다문을 활짝 열고 봄맞이 베란다대청소를 하고 있으려니 여섯살박이 아들과 15개월된 딸내미는 그새를 못참고 또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네요.
아이들이 벌이는 어지간한 소란에는 이미 이력이 나서 그냥 못본체하고
겨울내 쌓아놓은 신문이랑 빈박스, 맥주병, 재활용품을 이것저것 정리하며 물청소를 계속 하고 있으려니 급기야 잔뜩 심술이 난 큰아이가 베란다문을 열고 한바탕 고함을 질러대더군요.
"엄마, 내 동생은 너무 싸납쟁이에요. 나는 싸납쟁이 우리동생이 정말 불편하고 싫어요."
필시 큰아이가 자신의 보물 제1호로 아끼는 장난감 레고로 한참 정성을 쏟아서 작품을 완성한 모양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인 딸내미가 오빠가 만들어놓은 레고조각을 덥석 쥐는통에 순식간에 작품이 박살이 났던 모양이고 자신이 만들어놓은 작품은 엄마아빠도 못만지게하며 벌벌떠는 녀석이 가만히 있을리없고 잔뜩 부아가 난 김에 딸내미의 머리통을 한대 쥐어박았을테고 딸내미는 또 그런 오빠의 만행에 맞서 오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거나 팔을 물어뜯으며 반항을 했던 모양입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되풀이되는 광경이니 안봐도 뻔한 스토리랍니다.
아니나다를까 고무장갑을 벗고 거실로 들어가보니 거실 한쪽에 레고조각이 흩어져있고 딸내미는 드러누워 오빠의 만행을 알리듯 서럽게 울어대고 있더군요.
여지껏 매한번 든적없을 만큼 우리들의 뜻대로 순둥이로 곱게곱게 자란 아들놈과 정반대로 딸아이는 제 고집대로 일이 되지않는다싶으면 무대포로 바닥에 드러누워 뒹굴며 울어대기를 일삼는 싸납쟁이(?) 랍니다.
원하느것을 얻기위해서는 상대방을 물어뜯고, 손톱으로 할퀴고, 꼬집고 그래도 원하는것을 손에 넣지못하고 허리를 뒤로 꺾고 버티다가 급기야 장소 불문하고 누워서 울어버리는 겁니다.
딸아이의 습성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한번은 대형할인마트에 갔다가 큰 낭패를 본적도 있었답니다.
눈에 보이는 물건마다 맘에 들면사달라고 떼를 쓰는데 아무리 달래도 막무가내로 울어대는데.....어찌나 난감하던지 장도 보는둥마는둥하고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오고 그뒤부터는 대형할인점은 아예 엄두도 못낸답니다.
제가 딸아이를 임신했을때만해도 나날이 불러오는 배를 쓰다듬으며 날마다 잠자리에 누우면 "아가야 사랑해"라고 바쁜 아빠대신 덕담을 해주고 동생이 태어나면 잘 돌봐주고 함께 경찰놀이도 할거라며 아가 태어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큰아이였답니다.
그런데 막상 제 동생이 태어나고 가만히 누워있을때는 그지없이 얌전해서 예쁘고 사랑스럽기만하던 동생이 갑자기 기어다니고 서기 시작하면서부터 손에 잡히는것은 무조건 물어뜯을려고 하고 쥐어뜯을려고하고 제 고집대로 되지않으면 무조건 드러누워 막무가내로 울어대는 막무가내인 동생의 모습이 여간 불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둘의 성격이 살짝 바뀌거나 아니면 둘의 성격이 살짝 섞이면 금상첨화일것 같은데.....
그건 저만의 욕심일까요?
요즘 저희 가족들은 모두 딸아이가 손톱으로 친히 하사해준 훈장을 얼굴에 하나씩 달고 다닌답니다.
제 아빠 얼굴에는 눈썹위쪽으로 제 오빠에게는 볼쪽으로 저에게는 목쪽으로 딸내미가 긁어놓은 영광의 상처가 아물어가고 있답니다.
두분 과연 우리집의 싸납쟁이 딸내미도 순둥이 딸내미로 거듭날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