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온을 느낄 때면 벌써 봄이 왔구나 싶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봄을 맞으면서 학교마다 졸업 소식이 들려옵니다.
제게는 적지 않은 남매들 중에 다섯 살 터올 진 여동생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방안에서 조용히 노는 것을 좋아하던 저와는 사뭇 다르게 골목대장을 도맡아하더니 초등학생이 되면서는 선생님들께 귀여움을 독차지 하면서 친구들 사이에도 인기가 좋았습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초등학생 이였던 동생이 제가 졸업한 여중학교를 졸업하더니 고등학교마저 같은 학교를 진학하더군요.
사회인이 되어있는 언니와 자취생활을 하면서 제 월급날이 되면 같이 살던 초등학생이던 여동생을 데리고 회사 앞까지 와서 먹을 것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던 달콤한 추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초등학생 동생이 텔레비전을 사달라고 조르는 거예요.
공부하는데 텔레비전을 보면 안 된다는 큰언니 말에 기가 죽지 않고 인기 만화 ‘캔디’를 봐야 한다면서 매일 졸라 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사주겠다고 대답하고 말았지요.
전파사에서 중고 텔레비전을 사서 좁은 자취방에 놔 주었더니, 다음날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제게 오더군요.
“큰 언니 돈도 없는데 미안해... 작은언니가 조르라고 시켜서 그랬어.”
고개도 들지 못한 채 고백을 하는 겁니다. 큰 동생의 꼬임일거라는 것을 전 속으로 미뤄 짐작하고 있었지요.
3년간 데리고 살면서 이런 저런 재밌는 일보다 맛있는 것도 제대로 먹이지 못하고 언니라며 꾸지람을 많이 했는데, 고3이 되어서 취업이 되어 서울로 올려 보내고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지금도 그때 생각이 납니다.
고등학교 때도 규율부를 하면서 똑 소리 나게 학교생활을 하더니 직장에서도 야문쟁이 동생은 사장 비서실로 발령을 받아 회사생활을 잘 해냈어요.
동생과 생활 터전이 달랐던 때가 아마도 사회생활 하던 시절인 듯합니다.
결혼과 함께 전주로 내려와 다시 오가며 살게 되었지요. 남매들 중 제일 가깝게 살고 있는 살가운 동생입니다.
지금도 두 딸의 현명한 엄마로서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 모습이 제게 시샘을 주기도 합니다.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큰조카는 성적우수생으로 학교에서 주선한 캐나다 어학연수를 떠나서 2월 말이면 돌아온다고 하고, 작은 딸은 중학교 2학년인데 전교부회장에 당선되었다고 하니 매사가 축하 할 일 들입니다.
그런 동생 본인에게 정말 보람 있고 뜻 깊은 졸업이 있습니다.
한국방송통신대학 일본어 과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외출했구나 싶어 휴대폰에 전화를 하면 목소리 죽여 가며 ‘독서실이야. 왜?’라며 열심히 공부하던 동생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동안 언니의 후배 역할을 톡톡히 하더니 대학만큼은 2년 선배가 되어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동생 졸업식에 가기위해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서울 사는 막내딸 젖먹이 돌봐주고 계신다던 어머니께서는 제 전화를 받자마자 서둘러 고향집으로 내려오셨네요. 모시고 가서 맘껏 축하 해 주렵니다.
두 분께서도 축하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쌍용아파트 602동 1012호(010-3927-7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