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둥지를 틀었어요.

지금 밖에는 봄을 재촉하는 비가 쪼르륵, 쪼르륵 쏟아지고 있습니다. 겨우동안 꽁꽁 얼어붙은 땅이 소리없이 녹을 것이고, 그 속에서 씨앗이 움을 틔워 연한 새싹을 선보 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마을에 한 식구가 이사를 왔답니다. 열다섯가구가 살고 있었는데, 열여섯가구로 늘어난 것이지요. 작년 가을부터 우리마을에 사람들이 북적대기 시작했었지요. 전주-광양간 고속국도 공사가 한창인데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를 관통하는 터널이 우리마을에서 시작되거든요.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긴 터널이 될거라고 하던데... 6년이나 걸린대요. 우리 마을에서 살다가 시내로 나가 아파트에 살고 계시던 어르신이 공사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마을의 빈집을 구입하여 다시 귀향하신거지요. 마을 주민들이 회관에 모여 밥을 먹으며 잘 오셨다고 반갑게 맞이했답니다. 마을 뒤쪽에는 수지면 평야지의 논에 물을 공급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저수지가 있는데 둑을 5미터쯤 높이고 10미터쯤 넓혀 더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하기 위한 공사가 곧 시작된다고 하니까 그 공사장 사람들까지 합하면 100여명이 북적대는 마을이 될겁니다. 비록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는 듣지 못하더라도 사람의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보일테고 그러면 조용하던 산골마을이 활기 넘치는 마을이 될겁니다. 떠나가는 시골마을이 다시 돌아오는 마을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젊어서 떠난 마을로 나이들어 황혼기에라도 돌아오는 마을이 될수는 있을겁니다. 젊어서 집을 비우고 갔을지라도 노년에 다시 와서 살겠노라는 꿈이 있었을 테니까요.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199-2 011-9668-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