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득허니 기다렸으면 됐을 것인디.

완연한 봄인가 했드마는 가는 겨울이 아쉬웠는지,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벗어놓은 두꺼운 옷을 다시 입게 만드는 구만. 모다들 별고 없제. 산골 촌놈 엊그저께 공일날 저녁에 돈좀 찾을라고 시내 농협 자동코너에 갔다온 야그를 좀 헐랑게 들어보드라고잉. 핸드폰을 집에 두고 돌아댕가다가 핸드폰에 찍힌 부재중 통화를 다시 눌러 누군가를 확인해 봉개로, 친구놈이 다른동네 친구 아부지가 돌아가셨담서 장례식장엘 가자고 연락을 허등만. 일을 마치고 밤에 시내엘 나갔제 다들 알겄제만 장례식장에는 부조금을 갖고가야 쓰는 벱이라 돈을 찾야야 쓰겄는디, 요새는 카드나 통장만 가꼬 댕기면은 한밤중에도 돈 찾을 디가 많은깨 농협 자동코너엘 들러서 통장을 넣고 버튼을 누르고 혔는디, 돈이 안 나오는것이여, 어? 요것봐라 돈 주기가 싫은가? 바로 옆 기계에가가 또 넣고 단추를 눌렀는디 요놈도 마찬가지드마, 거그에는 기계가 네대 있었는디 다 해봤당개. 그래도 안 나오길래 다른농협으로 발길을 돌려 뿌렀어. 여그에서는 첫번째는 안나오고 두번째 기계에서는 조까 더 기달렜드마,돈 여그있소 험시로 입을 쫙 벌리드랑게. 그럼서 명세표도 줬는디, 통장에는 이렇다 저렇다 아무것도 적어주질 않드라고. 일요일은 안적어주고 다음날 적어준다고 글드라고. 어쨌든 문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명세표를 자세히 본깨로 뭔가 이상허드랑개. 통장에 오십만원이 남아 있었응개 십만원을 찾으먼 사십만원이 남아 있어야 허는디, 삼십만원도 안 남았드라고. 다음날 일이 손에 잡히들 않아서 어제 갔던 자동코너 농협에 가서 통장을 찍어 봤드마는 돈을 두번 찾은것으로 되어 있드랑개. 기계가 오류로 잘못 되는수도 있응께 기다려 보세요 하는 말을 듣고는 다음날 또 찍어봐도 마찬가지드라고.. 처음 시도했든 농협에 가서 이러이러헌 일로 돈을 못찾았다고 헝깨로 "CCTV.를 보면 알수 있응개 좀 기달레 보씨요"그러등만. 한 30분을 기다링게 "요리좀 와 보씨요"혀서 가 본깨. "돈이 나왔는디도 안찾아가꼬 가셌드만요." "뒤에 오신분이 돈을 갖고 가셨응게 저희가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그러길래 내 전화번호를 적어주고는 일터로 왔는디, 오후가 된개로 연락을 허등만. "그 손님헌테 연락을 해서 돈을 가꼬 오라고 혔응깨 통장에 다시 넣어 드리겠습니다 ' '아이고 감사헙니다. 감사헙니다.' 기계가 뭘 알겄소 가들도 실수헐때가 있제. 생각이 있는 우리 사람이 진득허니 기달레 줍시다. 어찌요 나의 실수담 들어줄만 허요. 그나저나 나 땜시 괜히 도둑누명을 써야 했던 이름도 모르는 분께 죄송허고 돈을 다시 가져다 주셔서 감사허요, 복 받을꺼요.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 199-2 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