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가에 묻은 김가루

일기 쓴것을 옮겨 봤는데.. 이런 내용도 괜찮을지요. 참고로.. 닭살 부부라고 소문난 결혼 6년차 맞벌이 부부입니다. --------------------------------------------------- 입가에 묻은 김가루 더럽다는 내 얘기에도 아랑곳없이 이에 낀 고춧가루를 기꺼이 빼 주는 남자가 있었다. 내심 싫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내가 먹던 수저로도, 내가 먹던 밥도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먹던 사람. 자기 사랑만 받아주면 된다고 애걸했던 사람. 내가 아니면 차라리 죽겠다고 메달리던 사람. 이 사람 정도면 됐지 싶었다. 그런 사람이 ‘콩깍지가 씌었었다’, ‘홀려서 결혼했다’는 농담도 하고, 입가에 묻어있는 김 가루를 칠칠맞게 묻히고 다닌다며 더러운 벌레 보듯 질겁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시큰둥 하겠지. 다들 그렇게 된다고.. 뭐 특별할 것도 없다고... 하지만 난 큰 상실감을 느낀다. 취중 진담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이 사람 농담 속에 진담이 섞여 있는 여자만의 육감. 다른 사람이 다 그렇게 변한다 해도 그건 나하고는 별개의 진리인줄 알았다. 나의 단점까지도 감싸주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주고, 잘 보이려고 신경쓰지 않아도 항상 사랑스런 눈으로 봐 준 사람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없어진 것이다. 서운하고, 서럽고, 외롭고(지금까지 사치라고 쓰지 못한 단어지만)~~ 사람은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는 것 맞다. 결혼은 결국 혼자 살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말이다. 내게는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이지 내 얘기는 아니었다. 그리고 묵묵히 있는 내게 몇 번 말을 붙여보더니 나보다 더 화를 내면서 ‘도대체 왜 그러는데~, 하긴 알고 싶지도 않네’ 참 웃긴다. 내가 정말 유치한 것 안다. 사람마음이란 것이 자기 맘대로 되는 게 아니듯이 자기도 모르게 맘이 변한게 틀림없다. 앞으로는 이 사람에게도 나의 단점을 감춰야 하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안되나? 역시 나의 좋은 점만을 좋아하는 것인가? 역시 이 세상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사람은 없나? 슬프다. 그동안 밝음이었던 결혼생활이 이제 회색이 되는 건가? 앞으로는 이 사람 앞에서 하루 있었던 일, 느낀 일, 화나는 일, 망설이는 일들... 쫑알대며 내 마음을 그대로 비치면 안되는 건가? 내가 싫어진게 틀림없어. 점점 달라져서 결국엔 미워하고, 서로의 곁을 떠나는 건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생각들.... 헌데 말이다... 헌데... 내가 보기엔 난 여전히 매력적이다. 내가 보기엔 난 여전히 사랑스럽다. 내가 보기엔 난 여전히 멋진 사람이다. 살림을 못하고, 남편을 잘 못 챙겨줘도(이건 결혼 전부터 이 사람도 각오했던 부분 아닌가?), 난 여전히 멋진 아내며, 멋진 친구이다. 내가 싫어졌더라도, 내가 맘에 안 들더라도.. 그건 그 사람이 변한 것이지, 내가 변한게 결코 아니다. 난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아니, 아니다... 난 결혼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훨씬 매력있고, 사랑스럽고, 훨씬 멋진 사람이 되었다 감정도 더 풍부해졌고, 여유로워졌고,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날 다시 사랑스럽게 봐 달라고 애걸하지도 않을 것이고, 내가 싫다면 슬프지만.... 어쩔수 없다. 이 사람이 원하는 대로 변할 생각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놀라웠다. 과거의 내가 아닌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이 되었구나. 훨씬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구나. 너무나 기특하다. 남편에게 서운한 감정보다 긍정적으로 변한 내가 너무 기특해서 너~~무 기특해서 누군가를 붙들고 자랑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 변했어요. 내가 이렇게 긍정적이 되었어요. 내가 이렇게 나를 사랑하게 됐어요. 그동안 공부한 것들, 읽은 책들, 하나님께 순종하려고 노력했던 일들, 무심히 보낸 것 같은 시간들이 다 헛된 것이 아니었어요. 변한 내가 너무 좋아요. 기뻐요. 난 내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라고.... ------------------------------------------------------------- 써놓고 보니 부끄럽네요... 이런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어찌 그리 많이들 올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