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가족 여러분 추운 겨울 잘 보내고 계시지요.
아침이면 마른 빨래를 걷고 젖은 빨래를 널면서 본격적인 주부업무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매일하는 일이었지만 요즘은 이틀 내지 삼일걸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쌓인 빨래에서 다림질이 필요한 빨래는 따로 구분하고 나머지는 내 무릎에 놓고 손바닥으로 문질러 손 다림질을 해 봅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역시 꼬실 꼬실 한 촉감이 좋습니다. 우리 집 빨래 중 제일 많은 것이 수건이랍니다. 얼굴 한 번 닦고 빨래 통으로 직행하는 수건이 많다보니 당연한 일이지요. 마른 빨래 중에 다림질 된 듯 잘 마른 수건을 두부모처럼 반듯하게 개서 꼭 눌러 숨을 죽인 후 욕실 수건 장에 쌓아 놓습니다. 그러고 나면 왠지 부자인 듯 뿌듯함이 느껴져 다행입니다.
다음 많은 것이 양말입니다. 한 짝 한 짝 양말 속에 손을 넣었다 빼가며, 주름을 펴 신기 편하도록 접어둡니다. 그리고 남편, 아들, 딸 각각 정리한 옷에 양말을 분배한 후 한 아름씩 들고 각자 옷장으로 옮기면 빨래 손질이 끝난답니다.
그런데 정성 들여 정리한 옷들이 제자리를 못 찾아 헤매기 일쑤이니, 못 말리는 주부입니다. 간혹 아침이면 한바탕 양말 찾는 소동이 일곤 하지요.
“엄마 곰 무늬 있는 밤색 양말 못 보셨어요?”
“밤색 양말이라 오빠 서랍에 너 놨지?”
딸아이 물음에 엄마의 현명한 답변은 늘 틀린 꼴이 되고 말지요. 그건 딸아이 생일에 친구들이 선물 해 준 양말이라며 엄마에게 기억시키려 애쓰면서 찾아다 신습니다. 요즘 아이들 양말은 다양한 캐릭터 무늬에 발목양말이라 당초 남녀 구별이 어렵답니다. 밝은 색상을 좋아하는 아들은 노란색 분홍색에 심지어 빨간색 캐릭터 양말을 직접 사들고 와서 그 큰 발에 신은 건지 걸친 건지 분간되지 않게 신고 다니지요. 반면에 딸아이는 고상한 것 찾는다고 가끔 어두운 색상을 사들고 오니 사이즈가 같아 엄마는 늘 헷갈리고 있습니다.
아이들 양말을 구별 못 해 늘 일삼는 실수가 한동안 뜸했다 싶었는데 오늘 아침 다시 시작되었네요. 아들이 군대를 간 덕에 두 녀석 양말 구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었지요. 그런데 지난 주 4박 5일 포상휴가를 다녀간 아들이 남기고 간 빨래를 하여 잘 구분하여 둔다는 것이 또 엉망이었던 모양입니다. 꼼꼼한 딸아이가 제 옷장에 오빠 양말이 있다면서 들고 나오더니 다시 오빠 옷장에서 양말을 찾아 들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웃고 말았습니다.
다음으로 내가 빨래를 구분 못하는 것이 아빠와 아들의 속옷입니다. 두 부자가 옷 사이즈가 같은 관계로 함께 포장 된 옷을 구입하여 색깔이 선명한 것은 아들 몫으로 좀 어둡다 싶으면 아빠 몫으로 지정해 둡니다. 새 물건일 때는 연령을 감안하여 구분해 놓지만, 빨래를 하고 나면 꼭 헷갈리니 이게 무슨 조화속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은 아들이 아빠가 자기 옷을 입었다고 성토를 하는데 모두 엄마 탓이니 할 말이 없지요. 지금도 이러니 더 나이가 들면 군에서 입고 온 아들 옷처럼 유성 펜으로 이름을 써서라도 구별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사이즈가 동일해 지다보니 옷 장 속에 바뀐 옷들이 자주 숨바꼭질을 하곤 합니다. 엄마 것과 딸아이 것도 자주 주인을 찾아 헤매는 경우가 많아요.
오늘도 한참 양말 구별하랴 속 옷 구별하랴 머리는 좀 써야 했지만 며칠 동안 묶었다 간 아들이 남긴 채취를 느낄 수 있어서 훈훈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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