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끄니때마다 국거리가 마땅치 않아
지난해 담아 놓은 김장 김치가 있길레 조기 넣고
김치 찌개를 끓였더니 사흘 간은 그런데로 먹던
아들놈이 오늘 아침 밥상에서 찌게를 보더니
인상을 쓰며
"아빠 또 조기 김치찌개야. 아이구 지겨워 이제 냄새
맞기도 싫은데 예전에 할머니 께서 해주시던
소고기 장조림이 먹고 싶은데."하며 투정을 부리기에
"야 임마. 시방 쇠고기 한근이 얼마나 비싸간디
그런 소리 혀. 처먹기 싫으면 먹지마. 배아지 불러서
그런께."한마디 했더니 아무말 없이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밥에 물을 말아 억지로 몇술 뜨고는
학교에 간다며 책가방을 짊어지고 학교에 간 아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려 창고에 들어가 돈 될만한
참깨며 준주리 콩을 자루에 담아 오토바이 뒤에 싣고는
읍네 곡물전에 팔아 넘기고 그 돈으로 큰맘 먹고
아들이 좋아하는 쇠고기 장조림을 만들기 위해
쇠고기 한근 사고 우리 어머니 좋아하시는 간 고등어며
이것 저것 장을 보고 옷전에 들여 우리 엄니 화사한
분홍색 봄옷 한벌을 사서 집에와 사온 생선을
부지런히 손질 하고 쇠고기 장조림을 만들어 놓고
탯마루에 걸터 앉아 있자니 오늘 따라 봄볓이 어찌나
따습 던지 저도 모르게 검은 비닐 봉지를 돌돌 말아
호주머니에 넣고는 과일 깍아 먹는 작은 칼을 들고는
대문을 나섰습니다.
논두길을 걸어 강둑에 도착 하고보니 어느세 쑥이 솔찬히
자라 있기에 그래 오늘 저녁에는 요놈들 캐다가
된장 풀어 맛나게 쑥국이나 끓여야 겠다. 생각하며
행여 누가 볼까봐 두리번 거리다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기에 쪼그리고 앉아 쑥을 캐는데 저도 모르게
♪산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레.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부네♪
노래를 부르며 쑥을 캐고 있는데
"어머 인수 아빠도 오늘 저녁에 쑥국 끓이려고 쑥 캐러
왔나봐요. 안녕 하세요. 이웃에 사는 인수 담임 선생님 인데요.
아이들 학교 수업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오늘 저녁
쑥국좀 끓여볼까 해서요." 웃으며 다가 오는데 어찌나
쑥쓰럽던지 안절부절 하며
"그러랍. 지는 보리밭좀 둘러 보러 나왔다가 하도 쑥이
좋아보이기에 캐 보았는디" 하며 캔 쑥을 선생님께
건네주며
"선생님 자슥 선생님께 맡겨놓고 한번도 찾아 뵙지도 못하고
죄송 허구만유." 하며 인사를 했더니
"인수 아빠는 남자 분이지만 바깥일을 물론 집안 살림까지
도 맡아 알뜰살뜰 살림 하는 모습을 보면 여자인 제가
부끄 러워요. 아마 인수가 아빠를 닮아 성격이 차분하면서
공부도 잘 하는것 같아요. 인수 아버님이 주신
쑥으로 오늘 저녁 쑥국 맛있게 끓여 먹을게요." 하며 인사를
하고 가는데 아따 겁네기 쑥쓰럽더구만요.
저요. 보리밭 쪽으로 가는척 하다가 선생님이 멀어져
보이지가 않기에 다시 뒤돌아와 쑥을 캐서 입던 잠바를 벗어
쑥을 담아 집에와 깨끗이 손질 하여 된장을 풀고
멸치 다시다 넣고 마늘 다져 넣고 쑥국을 끓여
저녁상에 올렸더니 쑥 향이 좋다며 밥을 쑥국에 말아
맛나게 국 그릇을 비우는 가족들을 바라 보니 제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는것 같고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전 살림 하면서 식구들이 제가 해준 음식을 맛나게 먹어
줄때가 제일 행복 한것 같아요.
헌데 또 내일 아침 국거리가 걱정이 되네요. 내일 아침에는
무슨 국을 끊일까. 맨날 상에 올렸던 국을 다시 상에
올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없는 형편에 끊이때 마다
색다른 찌게를 상에 올릴수도 없는 일이고 아마 다른 주부 님들도
다들 저와 같을거라고 생각 되는데 윤승희씨는 어떠세요?
전 살면서 제일 겁나는게 국거리거 든요.
내일 아침 에는 무슨국을 끊여야 하지?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