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선물

“어디 쯤 이야?” “여기 할머니 집이에요.” 전화를 끊고 혼자 미소를 지었다. 벌써 두 번째다. 아들 녀석이 휴가를 나오면 한동네 살고 있는 할머니댁을 먼저 들러 인사를 한다. 엄마보다 소견이 깊은 구석이 있는 아들이다. 지난 주말은 군인인 아들이 1박 2일 외출을 허락받아 집에 오는 날이었다. 딸아이 학교에서 학부형 총회가 있어 외출을 했다가 담임선생님과 상담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되돌아 나왔다. 집을 나서기 전 행여 아들이 타고 올 차 시간을 알려 주려나 기다렸다. 그러나 엄마 맘을 알 리 없는 아들은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전화가 없었다. 막 학교에 도착했는데 4시쯤 집에 도착할 것 같다는 전화를 한 것이다. 오랜만에 집 앞에 왔는데, 열쇠가 없어 들어가지도 못할까 싶어 서둘러 담임선생님께 인사만 하고 되돌아 나왔다. 집 앞 슈퍼에 들러서 아들이 좋아하는 삼겹살과 음료수 등 몇 가지 장을 봐 가지고 들어왔다. 집에 도착하면 냉장고부터 열고 시원한 것을 찾는 습관을 알고 있어 평소에 사지 않았던 아이스크림까지 샀다. 어느새 4시가 다 되었기에 대문도 잠그지 않고 곧 들어올 아들을 기다렸다. 대문 쪽에 신경을 쓰고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집으로 바로 올 줄 알았던 아들이 집안 어른을 먼저 뵙기 위해 할머니댁에 들린 것이다. 지난번 휴가 때도 할머니댁에 들려 자장면을 먹고 왔다고 하더니 이번도 먼저 인사를 드리러 간 것이다. 전화를 끊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아들이 도착하는 대로 시어머님께 우리 집으로 오시라고 전화를 드릴 예정이었다. 전화를 받은 김에 할머니를 모시고 오라고 말하고 오랜만에 가족들이 저녁을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어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같은 전주시내에 동생이 살고 있다. 동생이 여수, 순천에서 살 때는 전주에 볼일이 있으면 언제나 우리 집에 들러서 하룻밤을 묵고 가곤했는데 이사 온 후로는 서로 바빠 함께 만나 식사한지가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멀리 있는 가족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지 못한지가 오래였다. 어머님도 직접 찾아가 뵙기는 했어도 우리 집에 오셔서 식사하시자고 청해본지가 꽤 오래전 일임을 알고 서둘러 쌀을 씻어 밥을 했다. 한 시간쯤 지나 군복을 입은 아들이 들어왔다. “왜 할머니는 안 오셨어?” “받으십시오” 혼자 들어서는 아들을 보고 묻자 대답보다 먼저 손에 든 꽃부터 내밀었다. 휴가 나오면서 무슨 꽃을 들고 오나 싶었다. 사실 휴가 오기 전 부대에서 전화를 하면서 집에 갈 차비가 없을 것 같다고 했던 아들이었다. 교통비를 보내 줄까 했더니 알아서 해결하여 오겠다던 녀석이 꽃까지 들고 들어서는 모습은 그다지 반갑지가 않았다. 투명비닐로 세 송이가 포장된 꽃을 건네주고 허리를 구부려 신발 끈을 푸는 아들을 지켜보다 꽃을 자세히 보니 카네이션이었다. “카네이션이네?” “빨간 카네이션이 아직 안 나왔다고 해서 그냥 사왔어요.” 카네이션이 연두빛 이여서 금방 알아채지 못 했던 것이다. 두 번째 감동이었다. 그제야 다음 주면 5월이고 곧 어버이날이 다가 오고 있음을 알았다. 어머님은 계모임을 다녀와 피곤하셔서 쉬신다고 하셔서 카네이션을 꽃병에 꽂아 식탁을 장식하고 네 식구 오붓한 저녁식사를 했다. 자상한 아들 덕에 남들보다 먼저 카네이션을 받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쌍용아파트 010-3927-7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