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5살 3살 아들둘을 둔 엄맙니다.
둘째 아이 출산 후 육아휴직중인데 아이 둘 데리고 산책하는 즐거움에 빠져사는 엄마죠
하루는 시어머니께서 호박죽을 쑤어주셨는데 어찌나 많이 주셨는지 한달을 먹고도 남을 지경이더군요. 그래서 가까이 사는 언니네도, 옆집사는 윤희네도 한그릇 퍼주고, 가만 생각해보니 출출하실 경비아저씨들이 생각나더라구요.밀폐용기에 호박죽을 담아 아이들과 경비실에 들렀습니다. 계면쩍어 하시며 받으시는 아저씨를 보니 흐뭇해졌습니다.
그날 저녁 호박죽을 먹어보던 남편 왈.... "어! 호박죽맛이 시큼하다, 상한 거 아냐?"
아침에 시댁에서 먹어볼땐 잘모르겠던데 정말 시큼한 것 같더라구요.어머니와 통화하니 설탕대신 생강을 쟀던 즙을 넣으셨더라는 겁니다. 입맛까다로운 남편은 더이상 먹지 않겠다고 하고 시큼한 맛이 저도 당기지 않더라구요. 근데 걱정인건 옆집,그리고 경비아저씨가 혹 상한 음식이라 생각하시면 어쩔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경비아저씨께 말도 못하고 마주칠까 두려워(?) 쓰레기 버리러 가는 것도 조심스럽고 몇날 몇일을 경비실쪽은 얼굴을 돌리고 지나다녔습니다.그런대 며칠 후 아이들과 산책하러 놀이터에 나와보니 그 경비 아저씨가 계신 겁니다. 또 죄진 사람모냥 서있는데
아저씨 우리 큰 아일 부르시더니 사탕 한웅큼을 쥐어 주시더라구요.
이때다싶어 경비실 문을 열고(아저씨 :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왜요?)
" 지난 번 호박죽 상한거 아니었어요. 설탕대신 생강즙넣은 거예요".라고
이야기하니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고.. 괜찮았다고..."
저 정말 10년 묵은 체증이 가시는 듯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며 기분좋았습니다. 아저씨가 원래 말없는 분이신것도 알았고 혼자 맘고생한것도 없어졌으니 말이죠.
옆집 윤희네도 호박죽 담은 대접에 막대사탕 한그릇 가져다 주더니 아저씨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오고 가는 호박죽속에 피어나는 막대사탕아니겠습니까? (저,,, 참고로 사탕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참! 어제는 6층 사는 아기집에서 백일이라고 백설기 떡 나눠주시대요.
저 정말 좋은 곳 살죠?
군산에서 환이 엄마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