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 여인...

오전 논에 병충해 약을 치고 나니 점심때가 다 되어 가기에 날도 덥고해서 해창에 가서 바지락죽 사먹고 가족들 자가용에 태우고 변산격포 곰소로 해서 바다바람좀 쐬고 와야겠다 싶어 해창에 들려 식구들과 바지락죽 맛나게 사먹고 격포 해수욕장에서 가족들과 물놀이좀 할까 싶어 멋진 선글라스를 끼고 내가 보기에도 좀 야하다 싶어 보였지만 더 나이먹으면 못입을것 같아 과감하게 야한 수영복을 입고는 모래사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제 옆으로 화장끼 없는 시커멓게 그을린 뽀글뽀글 파마머리 아줌마가 딸인듯 싶어보이는 초등학교 6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데 어딘가 모르게 어디서 많이 본사람 같이 보여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걸어가고 있는데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가던 그 시골 아줌마가 갑자기 제 등짝을 사정없이 때리며 "엄메 너 김용기 맞지 상고 다니던 보디빌더 몸짱 말이여." 하며 아는척을 하지 뭡니까 저요. 깜짝 놀라 " 그럼 아줌마가 이은경이?" "그래 그래 나 은경이야 너 그때 상업고등학교 졸업 하고 은행에 취직했다는 소식 친구 은자로 부터 들었는데 아따 참말로 오랜만이다." 하며 아실아실 가릴것만 겨우 가린 날 부등껴 안고 좋아서 팔짝팔짝 뛰는데 저요. 정말 살면서 이렇게 민망 해본적이 처음 이었습니다. 세상에나 그토록 제 애간장을 녹이던 나의 첫사랑 양갈레 머리 그 가냘픈 예쁜 사슴 소녀가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렀다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지금껏 나의 만인의 연인으로 가슴에 남아있는 그 사슴소녀가 시골 아줌마 그것도 하마 아줌마로 변해있는 모습을 보니 기가막혀 나의 첫마디가 "야~ 은경아. 어쩌다가 이지경이 되었냐?" 했더니" "야~ 그때 너한태 시집갔으면 호강하며 살텐데 그때 3학년1학기때 너 이영철 알지? 가하고 눈이 맞아 서울로 도망쳐 동거하며 딸 둘낳고 살았는데 내나이 마흔살 되던해 남편 간암으로 죽고 이곳 친정 동네 하서에 내려와 논과 밭좀 사서 농사짓고 살고 있는데 남편없이 여자가 바깥일 억척 부리며 살다보니 이렇게 되었으야." 하며 먹던 아이스크림을 "너먹을래?" 하지 뭡니까. 지나가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쳐다보기에 "은경아 그래 고생많겠다. 언제 동창회때 꼭 나와 연락할께 그때 보자. 가족들이 기다리니까 이만 갈께." 하고 나의 첫사랑 사슴소녀 아니 하마아줌마와 그렇게 해어졌습니다. 그동안 살면서 나의 첫사랑 사슴여인은 어느 하늘아래 살고 있을까? 머리에 그리며 살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