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아버지 생신때 친정에 갔더니
아버지께서 다리가 불편하신지 다리를 절고 계시더라구요
깜짝 놀라는 제게 괜찮다고 하셨지만 심상치 않게 보여 내내 마음이 쓰였습니다
전세방에서 남편의 적은 월급으로 아이들 키우기에도 빠듯한 생활인지라
한약 한첩 지어 드리지 못하는 형편이 원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일년전 남편이 허리가 아프다며 먹다 만 한약을
냉동실에 얼려 놓은 것이 생각난 것입니다
나는 그길로 한약방에 가 약상자를 하나 얻어
그 약을 새로 지은 것처럼 포장해 친정 아버지께 부쳤습니다
"이거 드시고 빨리 나으셔야되요."
그말을 하는데 서러운 눈물이 왈칵 솟았습니다
내가 엉터리 약을 보내는 것도 모르는 아버지는
오히려 내 살림을 걱정하며 몇번이나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뒷날부터 내 가슴은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두근 거렸고 혹시나 가짜 약을 드시고 탈이 나실까 봐 여간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 연락도 못 드리고 있던 차에 전화가 왔습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런데 바짝 긴장한 내게 아버지는
다리가 씻은 듯이 나았다며 기뻐하시는게 아닌가
설마하는 마음으로 찾아가 뵈니 정말 다리가 감쪽같이 좋아지셨습니다
아버지는 동네 분들에게
" 우리 딸이 보내준 약을 먹고 말끔히 나았다."
고 자랑까지 하셨다며 활짝 웃으셨습니다.
난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내가 보내 드린 약이 효력을 발휘한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무조건 자식을 믿는 부모의 마음이
그런 놀라운 일을 일으킨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아버지께 모든 사실을 얘기하고,
올 가을엔 보약한첩 지어드려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