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여보! 운암 친정 엄마가 밭에 고구마를 캐지 못해 걱정이라네. 서리가 내리기 전에 캐야 한다는데, 이번 토요일에 가서 캐주고 오면 어떨까?" "안돼. 우리가 살던 집에 토란도 캐야하고 흥부제 행사도 있는데, 왜 꼭 토요일이야?" 저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할려고 했던일을 다음으로 미루고 시골에 홀로 사시는 장모님의 일을 거들어 드리는 게 더 나을성 싶은 데 말입니다. 툭하면 성질을 잘 부리는 저의 마음을 유순하게 만들기 위해 요즘은 새벽기도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새벽 4시30분 먼저 눈을 뜬 제가 자고있는 아내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여보! 일어날 시간이야" 했더니 "오늘은 당신 혼자 가세요." 잠에서 덜 깬 아내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승용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여 교회를 향했습니다. 진즉 자전거로 가까운 거리는 다녔어야 했는데, 편하다는 이유로 승용차를 이용하다가. 오랫만에 자전거에 올라 앉았습니다. 2km쯤 가야하는 곳이라 부지런히 자전거 패달을 밟았습니다. 어제 내린 비가 벼 수확을 앞두신 분들에겐 반갑지 않았겠지만 가을 채소인 무,배추에게는 약비가 되었을 겁니다. 새카만 아스팔트가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자전거 바퀴도 사르락 사르락 하며 부드럽게 잘 굴러갑니다. 차를 타고 다닐때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 자전거를 타니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새벽에도 일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제 눈으로 직접 본 건 처음이거든요. 거리를 깨끗하게 쓸고 계시는 환경 미화원 아저씨를 보고 "수고 하십니다"라는 말을 건네고 몇 미터를 더 가니 이번엔 신문 배달하는 청소년 인가 봅니다. 소망슈퍼 출입문 바닥으로 신문을 밀어 넣고 있었고, 우유배달부 아주머니의 오토바이가 믿음 아파트로 들어 갑니다. 사랑 농산물 공판장에서는 오늘 아침에 있을 경매에 내놓기 위해 줄을 선 농산물을 하역반 아저씨들이 영차,영차 짐을 내리고 있습니다.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도 보이는데 새벽부터 무슨 일 인가를 하는 사람들 이겠지요. 얼마 전까지 시골에서 살았었는데, 그때는 부지런한 농부가 일터로 나가는 경운기의 털털거리는 소리가 정겹게 들렸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생활이 편해서 일찍 일어나지도 않는줄 알았는데, 그것은 저의 잘못된 편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골 사람들이 여유를 갖고 살아간다면 도시사람들은 삶의 경쟁속에서나름대로 더울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크고 넓은 시야속에서 지혜로운 삶을 꿈 꾸어야 겠습니다. 이제 황금 들녁을 꽊 채웠던 나락들이 베어지고 황토빛으로 변하고 있고, 울긋불긋 단풍지는 산들이. 우리의 눈을 맑게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계절의수레바퀴에서 늦가을 이라는 이름을 찾아야 할 겁니다. 남원시 왕정동 시영아파트 101동 102호 김영수 011-9668-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