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마로 끊인 미역국

지난주가 제 생일이였습니다. 여러가지 집안일로 인해 신랑과의 사이도 서먹해지고..제 생일이라고 다른때 같았으면 선물도 사달라 주문도 했을텐데 이번엔 제 기분상 영 그러고 싶지 않아 스스로 미역국도 끊이지 않는채 일어나지도 않고 마냥 방바닥을 뒹굴며 버티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우리 애들 아빠 가 "누가 아빠랑 미역국 끊일래?" 참고로 저는 초등6학년 5학년 연년생 딸내미에..4살 막내 아들이 있거든요.. 하더니 큰 딸하고 미역국을 끊이기로 하고 작은 딸은 열심히 청소를 하기로하더군요... 부엌에서 연신 둘이서 무어라 무어라 하더니 계속 들려오는 얘기는 " 왜 이렇게 짜지?" "미역을 어제 담가놓고 잤어야 됐나 보다" "아직도 딱딱하잖야" 그 소리를 듣는데...'요즘 미역 금방 불어나는데...' 이 때 제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얼른 나와 봐여야 했더군요. "아빠 맛이 왜 이러지" "무얼로 간을 해야하나?" 서로를 향한 질문은 끝이 없더군요... 그러기를 족히 1시간을 넘어가고 참다못한 우리 작은 딸이.. "아직 멀었어요..배 고파~~~" 차려준 생일 상 좀 받아 볼려 한 저에게 그건 무리 였나 봅니다. 그대로 있기가 불편해서 "아이고~~~"를 내 뺕으며 일어나 가스렌지에서 열심히 끊고 있는 냄비의 뚜껑을 확 열었습니다. 근데 이게 뭡니까..열심히 끊고 있어야 할 제 생일 미역은 간데 없고,,냄비 속에서 열심히 김을 뿜어 내고 있는 건 국물 내는 다시마가 둥둥 떠 있었습니다/ 참 어이 없었습니다. 43살 우리 신랑이나...13살 우리 딸이나..아직도 미역과 다시마를 구분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순간 이걸 먹어야 하나...버려야 하나... 이건 생활 개그 그 자체였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행복했습니다. 나를 웃게 해준 가족이 있기에...한 그릇의 미역국보다...더 큰 행복을 찾아으니까요..두분도 행복하시죠? 010-4455-9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