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니...

 

음메-. 안녕하세요. 저는 4개월된 송아지 한우입니다.

제가 살던 무주를 떠나 두시간정도의 여행을 하고  남원이라는 낯선곳에 도착했답니다.

남원에 와서 보니 저와는 색깔부터가 다른 희고 검은 얼룩소 열두 마리가 제 입에 길들여진 사료가 아닌 볏짚을 삶은 죽을 먹고 있더라구요.

저는 어찌해야 될까요? 너무 외로워 밤새도록 울어 버렸습니다.

5분에 한번쯤 음메-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니까 주인님도 잠을 못 이루고 나와 불을 켜서 제가 서성이고 있는 마굿간을 바라 보더라니까요.

주인 아저씨를 보니까 무주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생각나서 더 크게 울어 버렸지요. 얼룩소들은 텃세 부리느라 그러는지는 몰라도 먹이통에 자기들만 고개를 내밀고  먹고 있구요. 새 친구가 왔으면 반겨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사람들이 사료는 주지 않고 소죽으로만 우리의 밥상을 차린다고 하니 입맛이 없더라도 먹어야 겠지요?

맛이 없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제 배 속에는 튼튼한 위가 여러 개 있고, 또 되새김질도 할 수 있으니까 도전해 봐야겠지요.

이곳에서는 유기축산을 한다며 항생제가 포함된 사료는 절대로 먹이지 않는다고 하던데 걱정입니다. 우리의 잠자리에는 산야초를 절단하여 두툼하게 깔아주니까 좋은점도 있구요.

커다란 솥에 물을 채우고 그 안에 절단된 볏짚과 건초와 쌀겨를 섞어서 앉친후 아궁이에 한 시간 정도 불을 때서 우리의 먹이 소죽을 끓여주시는 주인님의 수고를 생각해서 살짝 입을 대 봤는데 먹기는 하겠는데 영양가가 없어서 살이 찌고 키가 자랄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우리의 몸값은 떨어지고 사료값은 오르고 점차 우리를 사육하는 농가가 줄어들것만 같아요.

30-40년 전에 살던 우리의 선조들은 주인집의 보물처럼 여겨져 귀여움을 독차지 하기도 했지만 어깨에 멍에를 짊어지고 논밭을 갈거나 달구지에 물건을 실어 운반 하기도 했다고 하던데, 시대가 바뀌어 우린 그런 힘든일을 하지 않고 돼지처럼 먹고 살만 찌우면 되는 건가요?

저와 다른옷을 입은 얼룩소들이 저의 울음소리를 듣더니 이제 그만 울라고 음메- 하고 짧게 다그치네요.

저도 목이 아파 그만 울어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수 없어 자꾸 음메- 하고 소리를 지르게 되네요.

한 삼일 정도만 울면 눈물이 말라서라도 울음을 그칠 것 같네요.

그때 까지만 참고 기다려 주세요.

저도 이곳 얼룩소들과 어울리도록 노력할께요.

주인님 이 겨울에 버려진 배춧잎일 망정 소죽에 넣어 삶아주시니 시레기국을 먹는 것 같아 좋아요.  풀들이 푸른 색을 띠는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이제 겨울의 시작인데 제가 너무 조급한 송아지 인가요?

 

남원시 왕정동 시영아파트 101-102호 김영수. 01055792807

남원지역자활센터 유기축산 사업단 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