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띠해에 돼지이야기

 

1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매서워지기 시작한 추위에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설 연휴가 시작되면서 내리기 시작한 폭설로 피해는 입지 않으셨는지도 묻고 싶군요.

안녕들 하시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가 기축년 소의 해라고 하지만 저는 돼지 이야기부터 새해의 말문을 여네요.

저는 남원 자활에 소속되어 돼지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는 젊은이 인데요,

지난 혹한과 폭설에도 새끼 일곱 마리를 낳은 돼지 이야기를 좀 하렵니다.


남원자활에서는 항생제가 포함된 사료는 일체 급여하지 않고, 시내 아파트나 식당에서 남긴 음식물을 수거해 와서 돼지에게 급여하는데 농장을 두 곳에서 운영하면서 한곳에서는 임신한 돼지들과 새끼 돼지들만을 키우고 다른 한곳에서는 젖을 뗀 후부터 육성기와 비육하는 시기를 거쳐 출하를 목적으로 키우는 곳인데 사실 제가 관리하는 곳은 어린돼지를 데려와 판매하기 전까지 기르는 곳이었는데,

수도관이 얼어 물도 나오지 않아 관리하기기 어렵던 날 아침.

고무통에 담긴 잔반을 니어커에 싣고 돼지에게 몇 바가지씩 퍼 주면서 가는데 세 마리가 들어있는 방에 고물고물 움직이는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새끼가 분명했습니다. 어제 보았을 땐 그다지 배가 부르지 않아 한 일주일 뒤쯤 새끼를 낳으려나 짐작하고 있었는데 오늘 해산하였으니 관리하는 저로서는 발등에 불 떨어진 꼴이 된 셈이지요.

모돈은 분만실에 혼자 두어야 하는데 다른 돼지들과 함께 두었으니 다른 돼지들이 돌아 다니다가 새끼를 밟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데다가 아무런 난방준비도 하지 않았으니 이 추위에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날따라 목에 걸고 다니던 휴대폰도 가져가지 않았으니 연락할 방법도 없구요?

돼지 막사 문을 열고 다른돼지 두 마리를 몰아내어 다른칸에 넣고 일단 엄마 돼지만 남기는데는 쉽게 할수 있었는데 우선 깔짚이라도 푹신하게 해 주어야 할 것 같아 주변에서 마른풀을 베어와서 새끼 주변에 깔아 주면서 마릿수를 세어보니 일곱 마리였습니다.

한참을 허둥대며 일을 하고 있는데 화물차 한대가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몇 달 전 자활에 오신 큰 돼지농장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다는 새로운  팀장님이셨습니다.

저는 반가워서 “팀장님 밤새 돼지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했더니,

“그래요, 저는 이번 설 지나고나 낳을 줄 알았는데 벌써 낳았군요” 하시더니 차에서 보온등을 내려 새끼 돼지가 들어있는 칸 천정에 철사로 줄을 매어 달아 주더군요.

그리고는 볏짚을 절단해 담아온 포대에서 깔짚을 꺼내어 깔아 주라고 하시더라구요.

보온에 신경을 좀 더 써달라고 부탁하고는 그럼 수고하세요 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그분은 다시 가셨습니다.


저와는 함께 일해 본 경우가 드물어서 그저 새로운 팀장님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가끔 일 때문에 포암 현장에 가 보면서 느낀 건데 돼지막을 여인숙에서 호텔급으로 변화를 시켰다 라고 평가하고 싶어요.

돼지 칸마다 이름표를 붙여놓아 언제 교미를 시켰고 분만일은 언제다. 몇 마리를 낳았다라는 표와 함께 훨씬 더 깨끗해지고 정리가 되어 있더라구요.

전에는 발정이 온 돼지에게 수컷을 넣어 주고는 배가 불러오면 새끼 낳을랑갚다 싶으니까 그때서야  준비를 하곤 했는데 말입니다.

사실 이번에 낳은 돼지는 숫컷이 어렸을 때 거세를 했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쳐서 어쩔 수 없이 어린돼지들을 암수 구별 없이 함께 기르다가 성숙해진 돼지들이 발정이 오면서 일이 벌어져 두 마리가 배가 불러왔던 거지요.

뒤늦게 임신한 것을 발견하여 한 마리는 포암축사로 옮겼는데, 한 마리는 포암에도 돈방이 없어 좀더 두고 보자고 했던 거지요.


새까만 눈동자의 그 돼지 오동 통통 비만한 것 같아도 날렵한 몸놀림은 뒤뚱뒤뚱 정말로 귀엽기만 합니다.

아뭏튼 이번 일을 계기로 제가 하고 있는 가축 돌보는 일에 좀더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전북 남원시 왕정동 시영아파트 101-102호 김 영수  010-5579-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