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만찬

오늘밤엔 비가 내려서 제 몸을 집안에 꼭꼭 묶어 두네요.

안녕들 하시죠? 라디오를 친구삼아 즐겨 들으면서 생활하시는 애청자 여러분!

평소엔 뭘하길래 비가 온다고 집에 있냐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제 생활의 야간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렵니다낮 시간엔 저소득층이 참여하는 자활근로 활동을 하는데 최저임금을 받는터라 네명이사는 단촐한 가정일지라도 매일 손 내미는 아이와 아내의 기분을 챙겨주기 위해선 돈이 좀 

 

더 필요했던 거지요.

 

 

무엇을 하면 벌이가 좀 나을까? 하고 고민을 하다가 같이 일하는 순자 아주머니가 "쉬는 날

 

 

 

종이 박스라도 주워다 고물상에 팔아 봐요!" 하는 말과 텔레비전에서 얼핏 본적이 있는 독

 

 

 

 

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들이 박스모아서 생활하는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주 5일 근무

 

 

 

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자활근로인지라 쉬는 날 만이라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모아졌습니다. 

 

 

 

15년전 교통사고로 불편해진 몸이지만 리어카를 끌 정도의 힘만 있으면 될것 같은 폐지

 

 

 

모으기는 할수 있을것 같아 실천에 옮기기로 한 것이 겨울의 끝자락이자 봄의 시작인 2월 하

 

 

 

순의 일이었는데, 지금은 한달이 다 되어 갑니다.

 

  

 

하지만 쉬울것 같던 박스 모으기도 경쟁의  현장이었습니다.

 

 

 

빈 박스가 많이 나올 것 같은 마트엔 이미  가져가는 사람이 정해져 있어서 접근조차도 어려웠습니다.

 

 

 

한번은 문구점 앞을 지나는데 빈 박스가 대여섯 개 나 나와 있었습니다.

 

 

 

 

 

테이프가 붙어 있는 곳을 칼로 오려내어 하나하나 접고 있는데 유모차 할머니가 오시더니 

 

 

 

"여긴 내가 아까 주인한테 가져가기로 약속 했었는디" 하시길래 "그러세요? 죄송합니다."하

 

 

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지요

.  

 

 

어쩌다 하나씩 나오는 박스를 빨리 보고 얼른 손에 넣는것이 박스 모으는 요령이라는 것을

 

 

 

깨닫고 부지런히 자전거 패달을 밟았습니다.

 

 

 

 

길거리에 나뒹구는 종이로 된 계란 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지요

 

.

 

 

자전거에 과일 수확할 때 사용하는 노란색 상자를 싣고 다니며 눈에 띄는 대로 주워 담아

 

 

 

 

 

 

 

 

 

 

가지고 실어나르기를 대여섯 차례 하고나면 승용차 뒷좌석

과 트렁크에 가득차게 되지요.

 

 

 

 

 

 

 

 

 

 

 

 

 

 

 

 

 

가까운 고물상을 찾아가 저울에 달아 보니 50여 킬로그램

.

 

 

요샌 파지도 값이 없어서 키로에 60원 밖에 안해요. 하면서 3000원을 건네줍니다. 

 

 

 

세시간을 허비해 가며 모은 것이 겨우 삼천원?

 

 

이 일을 계속해? 그만 둬?

 

 

한편으로는 손주들에게 용돈을 주려고 우모차를 끌고 다니시면서 종이를 모으는 할머니들의

 

 

일거리를 빼앗는 것 같기도 해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제 머리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밤길을 걷다가 군데 군데 놓여있는 쓰레기 봉투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쓰레기 봉투가 모여 있는 곳에 과일상자나 라면상자 그리고 피자상자라도 한두개쯤 끼여

 

 

있음을 알게되고 야간 시간엔 우모차나 니어커가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답니다. 

 

 

잠이 별로 없는 나는 "그래! 야간 시간에 돌아다니며 줍자" 라고 생각을 굳혔습니다.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들은 아빠가 일찍 돌아와 숙제라도 봐 주기를 원하지만

 

 

자전거로  다섯번정도 운반하고 나면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라 책을 베게삼아 자고있는

 

 

아이들을 볼때면 제 자신이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비가와서 종이박스를 주울수가 없게되자

 

 

"아빠! 짜장면."하고 조르는 아이에게 "우리 그냥 밥 먹으러 가면 안될까?" 하고

 

 

백반집 이름을 대니까, "그것도 좋아요" 하며 손뼉을 짝짝짝 칩니다.

 

 

남원에서는 백반에 나오는 반찬 가짓수가 스무개는 기본이랍니다.

 

 

저는 밥을 먹을 때 반찬그릇이 비워지면 접시를 하나하나 탑을쌓듯 차곡차곡 쌓으며 반찬을

 

 

몇가지나 먹을수 있나? 하고 체크해 보는 습관이 생겼답니다.

 

 

많이 먹는다고 해도 열개정도의 접시만 비워져 쌓이곤 했는데,

 

 

오랫만에 먹는 밥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일주일동안 야간 아르바이트?해서 힘들게 마련한 밥

 

 

값이라는 생각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 비워진 접시는 17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밥을 잘 먹지 않던 막내딸도 밥 한공기를 다 비웠거든요.

 

 

부모는 자식 입속에 밥 들어가는걸 보면 흐뭇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한달후에는 반찬그릇을 다 비워 20층을 쌓아 보는게 희망이 되었답니다.

 

 

그럴려면 저의 야간 아르바이트는 계속되어야 하겠지요?

 

 

일교차가 심한때 입니다. 건강 유의 하시고 행복하게 사십시요. 

 

 

 

남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하는 김 영수

 

 

 

 

작가님 빅뱅의 붉은노을

 

 

대성의날봐귀순 두곡중에 한곡 신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