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빠되기

 
저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딸과 초등학교 6학년된 아들녀석을 키우고 있는 가장입니다.
사실 말이 연년생이지 얼마 차이가 없다보니 주도권 다툼을 하느라 많이 싸우곤 합니다.
딸아이는 딸아이대로 누나 대접도 받고 싶고 엄마아빠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어서 전전긍긍하고 아들녀석은 그래도 남자라고 누나한테 지기싫어하며 대들고..그러다보니 하루도 편히 넘어가는 법이 없을지경이었어요.
그런데 어제 저녁..저요..무지하게 화가 나서 애들에게 회초리 몇대 쳤어요..
아들녀석이 며칠전에 열쇠를 잃어버리고 와서는 집안 곳곳을 뒤지다가 누나가 없는 틈을 타서 누나방을 뒤졌던 모양이예요.
한창 사춘기라 예민하긴했지만 그래도 뭐 별일이야 있겠냐 싶었는데 딸아이가 학교에 다녀오고서부터 냉랭하던 집에 저녁먹을때가 되자 자꾸만 큰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거예요.
작은 행동하나, 말한마디를 곱게 넘기지 못하고 말꼬리를 잡아 트집을 잡고 또 작은 녀석은 그걸 고스란히 엄마에게 가서 고자질을 하고..
그러다 결국은 저녁을 먹고 씻으러 들어가던 아들녀석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았던 모양인데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쫒아나온 아들녀석의 얼굴을 보자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요..
"넌 누나가 되서 꼭 그렇게 동생을 쥐어박고 해야겠냐?"
"쟤가 나없을때 내방 뒤졌잖아..아빠도 알면서.."
"그렇다고 애를 때릴것까진 없잖아..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이르면 되지.."
"봐..아빠가 맨날 쟤편들어주니까 쟤가 나 우습게 알고 그러잖아.."
그러면서 또 눈물이 글썽글썽거리는거예요.
"동생이 네방에 들어갈수도 있지 그게 울일이야?"
"아빠한테 쟤만 자식이고 난 자식도 아니야? 왜 맨날 나보고만 그러는데?"
그렇게 시작된 딸아이의 울음소리가 커지고 별것도 아닌일로 싸우고 큰소리내고 급기야 동생을 때리기까지한 딸아이에게 어찌나 화가 나던지 회초리를 가지고 오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넌 누나가 되서 그만한 일도 이해못하고..넌 누나가 한대 때리면 맞고 잘못했다 그럼 될걸 남자가 그정도 일이 울일이야? 게다가 고자질 하는거 아빠가 나쁜짓이라고 그랬지?"
저요..정말이지 애들에게 매질까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저희 어렸을적에 아버지께서 회초리를 드시면 무서워서라도 잘못했다고..다신 안그러겠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그랫거든요.
그런데 우리 두 애는 뭐가 그리 당당한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끝까지 자신은 억울하다고 투덜거리면서 서 있는거예요.
그래서 어쩔수 없이 두놈다 종아리 세대씩 때렸습니다.
회초리를 들때는 저도 화가나서 때리긴 했는데 애들이 울면서 방에 들어가는걸 보고나니 마음이 참 착찹하더라구요.
예전에 저희가 클때요..아버지께 종아리도 참 많이 맞고 크곤 했거든요.
그런날이면 우리가 다 잠들고난 밤 늦게 조용히 약을 가지고 들어와 종아리에 연고를 발라주시며 한참동안 묵묵히 앉아 계시던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 조용히 아이들방으로 들어가 봤어요.
그때 딸아이의 침대옆에 A4용지한장이 붙어 있더라구요.
"아빠..아까는 제가 잘못했어요. 아빠가 분명 우리가 잠들고나면 들어와 볼거라 생각했어요.. 예전에 엄마한테 종아리 맞은날이요..그때 엄마가 내 다리를 만지며 우는걸 보고는 다시는 엄마아빠 마음 아프지않게 하려고 했었는데 죄송해요..내일 동생에겐 제가 먼저 사과할테니까요..아빠도 마음아파하지 말고 안녕히 주무세요..사랑해요, 아빠"
방에 들어가서 한참 억울함에 못이겨 우는줄로만 알았는데 제가 들어갈걸 예상하고 제 마음을 위로해주려고 편지까지 써놓고 잠든 아이가 얼마나 대견하던지요.
아직 한참 어린애로만 생각하고..사춘기라 맨날 반항만 한다고 밉다밉다 그랫는데 어쩌면 저보다 더 마음쓰는게 예쁜지..
이래서 자식키우는게 힘들면서도 보람되고 든든하다고 하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사중에서도 자식농사가 제일 힘들다더니 아직은 어떤게 좋은 아빠의 말과 행동인지는 잘 모르겟지만 그래도 열심히 반듯한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하려합니다..
그러다보면 우리 아이들도 반듯하고 참한 모습으로 자라주지 않을까 싶네요.
 
신청곡 이승환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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