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1박 2일의 여름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섬진강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도 타도 다슬기도 잡으며 물놀이도 하면서 외쳐대던 아이들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합니다.
1박 2일 여름캠프를 예정하고 이틀 동안의 일정을 머리 아프게 계획하고 준비하며 떠났는데 막상 자연 속에 빠진 아이들에게는 사전계획이 쓸모없게 되었어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건 물놀이었어요. 다슬기 잡기 체험을 위해 섬진강에 데려다 놓았더니 다슬기는 아랑곳없이 물놀이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오는 길에 들렀던 공원에서 분수를 보자 말릴 틈도 없이 뛰어 들어 이미 옷 한 벌은 버렸는데, 벌써 일정 시작한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두 벌 옷이 물에 젖고 말았지요.
아이들이 방학이면 이런저런 캠프를 다녀오곤 하는 터라, 이번 캠프를 나서면서 그 곳에 가면 교관이 있냐고 묻더군요. 틀에 박힌 일정을 염려했던 것이지요. 자연의 품에 안긴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찾아 뛰어다녀 오히려 인솔자들은 아이들 따라 다니느라 힘든 시간이었어요.
우리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변을 신나게 달렸습니다. 자전거를 대여 해 주고 자전거 타기에 서투른 아이들을 태울 마차 같은 4인용 자전거를 빌려 조심스럽게 끌고 내려갔더니 아이들은 어느새 자연 속으로 묻혀버려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안전이 염려되어 마음이 바빠지더군요. 인솔교사 둘이서 4인용 자전거에 두 아이를 태우고, 또 한 명은 가운데에 앉히고 페달을 밝으며 힘겹게 섬진강변을 거슬러 올라갔어요.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자 아이들은 저절로 노래를 부르면서 힘들게 페달을 밟는 선생님들의 사기를 돋워주었습니다.
조급한 맘으로 한참을 달렸더니, 까마득히 먼 곳에 아이들 무리가 보였어요. 아이들은 자전거를 멈추고 황소 두 마리가 풀을 뜯고 있는 길가에 멈춰 서 있더군요. 그림 같은 모습이었지요. 호루라기를 불자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자전거 하이킹을 시작했습니다. 속도가 느린 우리는 달려오는 아이들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먼저 방향을 돌려 달렸지요. 앞에 태운 녀석들이 경쟁심이 발동했는지 빨리 달리자고 외치더니 “힘내라. 힘내라” 응원을 하면서 가속을 부추기이더군요.
이틀 동안 아이들을 따라 다니면서 캠프 장소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아이들 모습이 더욱 건강해 보였습니다. 자전거 하이킹을 마치고 레일바이킹도 탔어요. 인솔자가 한 명씩 동승하겠다고 하니 요녀석들이 낯살을 찌푸리는 거예요. 녀석들은 번번이 스스로 힘으로 체험하기를 소원한답니다. 안전요원의 자문을 얻어 고학년과 저학년 4명을 한 조로 편성해 태우고 슬그머니 물러 서 줬지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라 출발 했건만 녀석들은 바람처럼 내달려 거리를 넓히고 말더라고요. 레일 바이킹 계속 페달을 굴러야 하는데, 자전거 타면서 힘이 빠졌을 텐데도 아랑곳없이 씩씩하게 달려 나가는 억척이들이었습니다.
“선생님 정말 재미있어요. 오르막길이 있다던데 없던데요.”
무사히 도착 후 역시 체험담을 무용담처럼 쏟아 내놨어요. 벌겋게 상기된 얼굴에 힘든 것이 역력히 쓰여 있는데도 깜찍하게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서요.
사실 아이들이 밤잠을 제대로 자지 않았었는데도 펄펄 날아다니는 건강한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전날 저녁을 먹고 산책을 했어요. 강변길을 걷는데 정자가 있어 쉬어 가자고 했더니, 아이들은 이어달리기를 제의하더군요. 프로그램에 없던 일이었지요. 우리는 바로 조를 짜서 달리기 시합을 했어요. 아이들이 열한 명이라 한 명이 짝이 없어 나도 함께 뛰었지요. 달리고 났더니 글쎄 2학년 남자 녀석이 내게 대결을 신청을 하더군요. 귀여운 녀석. 양보할 수 있나요. 있는 힘을 다해 달렸더니 아이들이 선생님 달리기 잘 한다고 뜨거운 박수를 쳐주더군요.
강변바람이 선들선들해 모기도 없어 정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다시 숙소까지 줄을 지어 걸었습니다. 숙소에서는 예정 된 장기자랑을 시작했어요.
NOBADY(원더걸스), AH(애프터스쿨), GEE(소녀시대)
고등어(노라조), 바래(FT아일랜드), 결국 너야(WAX)
나 몰라(공보경), 낚였어(패밀리).
최신 유행가요로 숙소가 들썩였습니다. 한참 춤 대결을 펼치더니 이번에는 성대모사를 준비했다는 거예요. 말이 성대모사지 함께 생활하는 선생님들의 특징을 잡아 흉내를 내 박장대소했습니다. 개별 장기자랑이 끝나자 디스코 타임도 갖더라고요. 인솔자의 힘이 전혀 필요 없이 아이들이 연출한 놀이판이었어요. 박수를 치며 열띤 관객이 되어 있는 선생님들을 함께 놀자며 손을 잡아끌어 들이더라고요. 제법 속 깊은 아이들이구나 싶었어요. 아이들 흉내를 내려니 동작이 더 어색해졌지만 함께 신나게 놀았어요.
아이들이 캠프를 가면 집이 그리워 시무룩해 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기우일 뿐이더군요. 아이들은 집을 떠올릴 틈 없이 신나는 시간을 엮어갔어요.
이곳에서도 아이들의 성향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평소 생활지도를 할 때 아이들과 잦은 다툼이 있던 아이는 놀이판에도 선뜻 끼어들지 못하더군요. 분수 물놀이도 끝날 무렵에야 발을 들여 놓더니, 춤추는 것도 쭈뼛거릴 뿐 동참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본심이 고약한 것이 아니라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임을 알았지요. 수시로 아이의 귀에 대고 함께 놀라고 부추겼어요. 한참을 겸연쩍어하던 아이가 놀이판에 끼어들더니 금방 같이 춤을 추며 놀더군요. 기특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칭찬을 해 줬어요.
준비한 게임 보따리는 풀지도 못하고, 밤이 깊어졌지요. 정리할 시간이라 준비한 하트모양의 노란종이를 나눠주면서 연필을 꺼내라고 했더니, 일시에 볼멘소리를 하더군요. 이 시간이 지나면 닭강정을 먹을 수 있다고 정보를 흘리면서 짜증을 잠재웠지요. 촛불을 들고 하루를 반성하고 나를 돌아보며, 고마운 분들을 떠올려보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계획된 일정을 마치고 잘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이들은 놀자고 하더라고요. 12시까지로 약속을 하고 펜션 테라스에 나와 별구경을 하면서 얘들 이야기를 들었어요.
12시 불을 끄고 취침시간에 들어갔지요.
아이들 소리에 잠을 깨고 일어났다가 아침부터 핵폭탄 같은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어제 저녁에 계단에서 3시까지 이야기하고 놀았어요.”
“선생님도 다 알았어. 모른 체 한 거야.”
체면 때문에 둘러대긴 했지만, 사실 모르고 잠만 쿨쿨 자서 내심 깜짝 놀랐어요.
물놀이에 피곤했을 텐데 녀석들은 달밤에 멋진 추억을 만든 거였지요. 보호자 자격미달인 밤이 되어 버렸었답니다.
자연의 품에 안긴 아이들은 지칠 줄도 모르고 즐기는 걸 보고 참 뿌듯했습니다.
말썽꾸러기들이라 걱정하고 나선 1박 2일은 제가 오히려 자연 속에서 내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속에 동심을 만끽했습니다.
맘껏 뛰어 논 아이들은, 귀갓길에 자동차가 출발한지 5분도 안되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잠이 들어 피곤함을 입증하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