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탐대실(야간 아르바이트를 종료하면서)
지난 9월 20일 드디어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현대 아파트 뒷길에서 도로를 횡단하시던 할머니의 무릎부분이 내가 운전하고 있던 승용차 앞부분에 닿아 쓰러지신 것이다. 그날따라 핸드폰을 소지하지 않았던 나는 주변에 있던 사람의 핸드폰으로 119신고와 경찰서 신고 그리고 보험회사 연락까지 하고 집에 가서 핸드폰을 가져와 나머지 부분의 일을 처리 할 수 있었다.
다행히 할머니의 뼈에는 별 이상이 없고, 인대에 손상이 있을수 있다며 정밀 진단을 해 보겠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시다.
그리고 일주일 후 순천시 황전면에서 밤을 주워 오던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긴 했지만 갈 때 보다는 출발 할 때의 정신이 더 맑아 좋았는데 압록을 지나 곡성으로 가고 있을 때쯤 뒷자리에 앉아계시던 매형께서 “앞에서 차라도 오면 어떻게 할려고 거기로 가고 있는가?”하시는 말씀에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주황색 중앙선이 우측인 운전석옆에 있어야 하는데 좌측인 조수석쪽에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이럴수가! 말로만 들어왔던 역주행.
나도 모르는 사이에 100여미터를 상대편 차선에서 달린 것이다.
이런 일들이 내게 왜 일어난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수면부족으로 결론지어졌다.
2월 하순부터 시작된 야간 아르바이트(페지 주워 고물상에 팔기)가 내 몸을 이렇게 좀먹고 있었던 것이다.
소탐대실-(작은것을 욕심내다 큰것을 잃는다.)이 증명된 사건이다.
이 일을 시작한 뒤
돈이 없어서 못했던 일들 중 몇 가지는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아이들의 학용품 사 주기와 가끔의 가족외식.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나의 불룩했던 똥배가 사라지고 허리띠를 차지 않으면 바지를 입기가 어려울 만큼 몸이 가벼워 졌다는 점이다.
내가 하는일에 호응해주는 이들도 있었지만 극구 만류하는 이가 있어서 계속해? 그만해?를 두고 고민하게끔 하기도 했다.
테이프가 붙여진 박스를 뜯어 납작하게 하기위하여 칼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잘못하여 손을 베기도 했고, 박스를 아파트 뒷 베란다에 모아 두었다가 꺼내어 다시 차에 실을 땐 번거롭기도 했고, 모아지는 양이 적을 땐 고물상에 가져가기가 뭣해서 일터인 주생축사 빈 하우스에 두었다가 가져가기도 했는데 어느날 5일 정도 모아진 폐지 뭉치를 관장님이 보고 하지 말라는 경고의 말씀을 하셨는데, 평소에 듣지 못하던 말씀이라 어리벙벙 하기도 했었다. 옆에서 들었던 아무개 씨가 욕 그렇게 많이 얻어먹어서 체하지 않았느냐고 묻기도 했다.
2월 하순에 처음 시작 할 땐 자전거에 과일상자를 싣고 박스에 가득 담아오기를 대여섯번 하면 50kg 정도의 무게가 나오는데 모으는 시간은 세시간 정도인 8시부터 11시까지 벌어들인 수익금은 삼천원.
폐지값이 킬로그램당 60원에서 지금은 100원까지 올랐고, 박스만 모으다가 돈이 되는 병이나 캔, 양은이나 스텐을 알게 되어 재미가 쏠쏠해 지고 있는 이때 자제 하라는 경고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