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 때문에 살맛이 납니다”이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큰 배를 키 하나가 움직이고 사람은 말의 지배를 받습니다.
작은 불씨지만 그 불씨가 많은 나무를 태워 버릴수 있습니다.
말은 순식간에 우리의 모든 것을 태워 버릴 수 있습니다.
9월 어느 날 아침
출근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30여분 늦게 출근한 적이 있습니다. 늦게 나와 미안한 마음에 열심히 땀 흘리며 일했고, 퇴근시간이 되어 장화와 손을 씻으며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주생지역을 책임진 아무개 팀장님이 퇴근하려는 내게 말했습니다. “한수씨 아침에 늦게 출근했으니까 오후에 약좀 하고 늦게 가세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서운 섭섭하던지.
한여름 더울 때 새벽일찍 나와서 트랙터로 로터리하고 관리기로 골타고 하는 일을 도맡아 했었는데... 오늘 조금 늦게나왔기로서니 남아서 약 좀 하고 가라니!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지금껏 자활 근로 하는 참여자들과 사회적 기업 일꾼들이 새벽이라는 열차에 동승하여 잘 알지도 못하는 친환경 농사일을 위하여, 도시락도 챙겨 가면서 비싼 기름 때가면서 출근하고, 쥐꼬리만 한 일당을 받으며 아무 말 없이 지내왔었는데,
남아서 일하라는 말은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일하면서 쌓였던 불만들이 한꺼번에 솟구쳐 오르면서 그만 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만들었습니다.
“내일부터 안 나올라요”
어둑해지는 해질녁에 불쑥 이 말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여러 동료들이 그만두지 말라고 권유를 했지만 내 마음을 꺽지는 못했습니다.
밤중에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받아보니 아무개 팀장님.
“내가 30분 때문에 일하라고 했던 것 미안해요.
한수씨가 이무러서 그런건께 이해 허시고 그만둔단 말 하지 마시요
한수씨가 그만두면 나 때문인게 나도 그만 둘라요”
결국 이 말 때문에 다시 새벽열차에 동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 (잠언 15장 1절)
남원시 대산면 운교리 200번지 김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