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의 일기

2010년 1월 1일 금요일 날씨:어제 내린 눈이 소복히 쌓여있음

제목; 황당 사건

 

'아! 오늘은 왠지 학교에 가기 싫다.

지난 12월 24일 겨울 방학을 한 후 아침엔 늦잠을 잘거야 하는 마음으로 늦게까지 이불 속에서 뒹굴고 있었다.

아침 8시쯤 아빠께서는 오늘도 가축들을 돌보기 위해 일터로 나가시면서

“은진아! 게란국 끓여놨으니까 밥 차려먹고 언니는 꼭 약 먹어야 한다고 말하고 엄마는 아홉시쯤 퇴근할거다. 만화 그만 보구 공부 좀 해라이. 하시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셨다.

엄마 올때까지 늦잠을 자다가 “은진아! 학교는 안가냐?”하시며 깨우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책가방을 챙겨 학교로 향했다.

월, 수, 금요일엔 학교에 나가 특기적성교육으로 독서논술 강의를 들어야한다.

 

어제내린 눈은 10센티미터도 넘게 쌓여 발목까지 빠지는 길을 걸어서 갔다.

다른 날 같으면 아빠께서 나와 언니를 학교 앞까지 태워다 주시고  일터로 나가시는데, 오늘은 아빠가 먼저 일터로 나가시고 11시까지 학교에 나가면 됐기 때문에 집에서 언니랑 늦장을 부리고 놀다가 어젯밤 야간근로 하시고 아침에 퇴근한 엄마께서 오늘은 학교에 안가냐고 해서 오늘이 금요일 이란 것 만 생각하고서 학교로 향했던 것이다. 

 

중앙현관 뒷문을 통해 들어가니 “삐요삐요”하고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무척 당황해 하는 마음으로 교실로 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모든 문이 다 잠긴 것이다.

한마디로 그 큰 학교에 홀로 갇힌 것이다.

학교 안에는 선생님들이 아무도 안계셨다.

‘나 어떡해?’한동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상을 짓다가 “그래 이럴 때 쓰라고 핸드폰이 있었지?” 하며 우선 침착하게 부모님께 연락을 했습니다.

놀라신 엄마께서는 학교로 오신다고 하시고는 30분쯤 뒤에 나타나셨다.

아빠께서는 설날 학교엔 뭐하러 갔냐고 오히려 야단을 하셨다.

나는 그때서야 오늘이 새해 첫날 아침 이란 걸 알고 무작정 학교에 나왔던 것을 후회했다.

5분정도 있으니 “삐요삐요”하면서 경찰차가 왔다.

나는 경찰아저씨께 “오늘이 쉬는 날인줄 모르고 특기적성수업 받으러 왔다가 이렇게 갇히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어이없어 하시면서 웃으셨다. 창피했다.

엄마께서 선생님께 연락하는 동안 도착한 보안경비회사 아저씨께서 나를 구출(?)해 주셨다.

저를 발견해주신 경찰아저씨, 저를 구해주신 보안경비회사 아저씨 감사드립니다.

어젯밤에도 병원에서 나이트근무 하신 엄마와 활근로가 없는 쉬는 날에도 축산을 담당하고 계셔서 가축을 돌보러 가신 아빠. 오늘이 새해 첫날이란것도 모른채 우리 가족을 위해 일하셨을 텐데. 그 마음도 모른 채 온갖 어리광만 부린 어린딸 은진이를 귀엽게 봐 주세요.

올해는 백호띠라고 하던데  저도 호랑이띠 이거든요.

13년 전에는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난 해이고, 올해엔 커다란 학교에 갇혀 있다가 구출되었으니 더 큰 영광이네요.

 

남원시 왕정동 시영아파트 101동 102호 김은진-남원용성초등학교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