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에서 우리 10남매는..

내 나이 어느덧 오십대에 들어서니 옛날이 마냥 그립습니다.
어릴 적 매서웠던 추위속에 고생 하셨을 부모님 , 여섯 오빠들, 그리고 네 자매..
내 고향은 여기서 가까운 용진면,  지금은 차로 몇 분이면 가고오는 시내지만,
그 시절 시내에 나가려면 버스타고 내려서도 비포장길 40분은 걸어 다녀야 했지요.
 
지금 생각하니 엄마는 겨울 외투도 변변치 않았어요.
어린 마음에도 좀 춥겠다 싶은 마음이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아 마음이 아파오네요.
지금 계셨으면 두꺼운 것 사드릴 텐데..
우리엄마 그 시절 장장 10남매를 키우셨어요.
겨울이면 땔감 준비하러 리어카 끌고 몇십리 길을 나무하러 다니셨고, 우리오빠들도 고생 많이 했지요.
뚱뚱해서 별명이 뚱띵이라 불렸던 둘째오빠와 막내오빠는 돼지 기르면서
돼지먹이 나르러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자전거로 매일 시내까지 다녀야 했지요.
 
우리 어렸을 적에 의복도 풍족하지 못했고 먹을것도 요즘 처럼 흔하지 않아
아버지께서 겨울간식으로 화롯불에 고구마 몇개 구우시면 뺑 둘러서 먹어치우니
당신은 드시는게 없었지요.
그래도 우리 강아지라고 항상 불러주시던 아버지. 왜 요즘은 더 생각이 나는지.
그래도 일생중 아버지 엄마 계시고,형제들 다 있을때가 제일 행복이었나 봅니다.
1년 전 셋째 오빠를 멀리 떠나보내고 나니, 산다는것이 너무나 짧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같이 이렇게 매서운 추위가 살갗을 애여오니, 옛날 그때처럼
부모님, 우리 10남매 한방에서 살부대끼던 그때가 절실해지네요.
먼저가신 부모님 ,오빠생각이 이 추운계절에 너무 나 사무쳐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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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엄마께서 이 사연을 적은 종이를 주셨어요.
여성시대에 사연 쳐서 올리라고..
다 잘시간에 저희엄마는 갑자기 옛날이 떠오르셨는지
울고계셨어요.
매일같이 이 라디오 들으시는 저희엄마, 방송에 이 사연이
소개되는거 들으시고 내일은 안우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