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졸업식에 몇차례 다녀왔습니다.
저희 아이의 고등학교 졸업식, 중학교 졸업식, 그리고 조카의 또다른 중학교 졸업식 등입니다.
그 졸업식 광격을 지켜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벌써 이만큼 자랐나,,대견하기도 하고
아직 어려보이는 수줍은 얼굴에,
때로는 지나치게 멋을 부린 아이도 눈에 띄고, 어느 아이는 얼굴에 "나, 불량학생"이라고 씌여있기도 하더군요,
그런 학생을 보면 저 어릴적 생각이 납니다.저 역시 어떻게든 눈에 띄어보려 멋도 많이 부렸고 교모도 비틀어썼고, 걸음도 팔자걸음 걸었고, 얼굴도 삐딱하게 치켜 세우며 지냈었거든요,,,교실 뒷자리에 몰려 앉아 선생님들(그땐 선생들이라했었죠, 님 자도 잘 안붙였어요, 선생님들, 죄송합니다.!) 속을 긁고 이름 부르시면 두번 세번 불러야 고개를 들고 그랬지요, 그시절, 학창시절은 사춘기이면서 성장기이면서 못되게 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졸업 즈음에는 속을 좀 차렸었고 학교 생활도 애정을 가지고 했었습니다.
학교를 떠난다는 생각에 왠지 서운해졌던 걸까요? 그리고 대학 준비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거 같구요,
그런대로 대학도 들어갔고, 선생님들게도 감사인사를 하고, 그런대로 마무리는 잘 했던 거 같습니다. 친구들과도 진한 우정을 확인하고요,,,
그래도 졸업식장에도 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교장샘이나 동창회장, 상 주시는 분들의 말씀,,,이런 분들 이야기만 지루하게 늘어놓을텐데,,가서 뭐하냐,,싶었던 것이죠, 조회 시간에도 교장선생님이나 학주 선생님들의 교훈조의 장황한 말씀은 참 듣기 싫었던 거 같습니다.다 아는 내용을 어른들의 화법으로 반복, 또 반복하는 말씀이었으니까요, 이제는 그분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던 선생님들의 태도에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식장에 가보니 졸업식의 그 지루함은 여전하더군요,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졸업식의 주인공인 학생들은 여전히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입니다.
저희 아이는 그래도 무슨 상인가를 받으러 강단위에 한번 올라갔다왔는데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장, 시의원, 동창회장, 등의 자랑과 그들의 관심사를 축사로 듣느라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했습니다.
어떤 학교는 학생들의 영상을 담아 졸업식장에서 상영해주기도 하고
학생들의 장기자랑을 통해 즐기는 축제 같은 졸업식을 만들기도 한다던데요,
왜 아직도 많은 학교들이 그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지요? 선생님들은 이 사회의 지식인인데 왜 그정도도 생각을 못하시는것인지요, 아니면 시도를 하지 않으시는건지요? 아니면 교장선생님이 원치 않으시는지요?
그 학교의 소중한 졸업생들이 적어도 졸엄식 순간 만이라도 학교를 추억과 자랑으로 떠올리게 만들수 있을텐데요,,
선생님들이 조금만 생각을 모으시면 그런 졸엄식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그리고 더 많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단상에 세우고 특히 소외받거나 말썽 부린 아이들을 좀 더 따뜻하게 픔고 "졸업까지 무사히 와줘서 정말 고맙다"는 마음을 전달하신다면 그 학생이 어디가서 무슨 일을 하든 제대로 잘해볼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제 경우 그래고 학창시절에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한 두 분의 선생님 덕에 그래도 크게 어긋나지 않고 졸업도 하고 직장생활도 하고 결혼도 해서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졸업식의 주인공은 아이들입니다.
동창회장이나 교육위원이나 동창회장이 아닙니다.
학교 설립자도 아니고 교육감도 아닙니다.
졸업식의 주인공을 만나게해주십시오.
전주시 서곡 서영민(가명입니다. 011-655-6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