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덕형, 윤승희씨..
저는 이제 막 돌 지난 아기를 하나 키우고 있는
29 초보주부이자 초보엄맙니다.
2년 전에 결혼을 했으니 친구들 가운데서는
조금 일찍 결혼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친한 친구에게서 청첩장이 왔습니다.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은 5월 결혼식이라
속으로 살짝 투덜대면서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결혼식 전에 한 번 얼굴을 보자고 하더군요.
아이를 남편에게 맡겨두고 나간 자리에
정말 반가운 얼굴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4년간 임용고시를 준비한다고
친구들 얼굴도 보지 않고 고시원에만 틀어박혀있던 친구가
모처럼 모습을 드러낸 거였습니다.
조심스레 꺼낸 얘기를 들어보니
그동안 시험에는 모두 고배를 마시고
작은 회사에 들어갔는데 그것도 얼마 전에 다시 그만뒀다는군요.
과연한 딸이 시집을 가는 것도 아니고 돈벌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내내 손 벌리는 게 송구스러워 직장엘 들어갔지만
도저히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버릴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친구들의 반응은 각각이었습니다.
“속편한 소리 하고 있네. 언제까지 공부만 할래?”하고
대놓고 나무라는 친구부터
“4년 동안 떨어진 시험이 이번에는 된다는 보장이 있을까?”하고
조심스럽게 걱정하는 친구,
“좋아, 술값은 내가 낼께.
공부하는 동안 답답하고 술 생각나는 일 있으면 연락해.“하고
호탕하게 응원해주는 친구까지.
저는 솔직히 그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그 전까지는 실패의 쳇바퀴만 돌고 있는 그 친구가 안쓰럽다는 생각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이
훨씬 낫다고 여겼었거든요.
하지만 ‘도무지 포기할 수 없는 꿈’이라는 걸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자 부러움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겐 ‘다른 걸로 대신할 수 있는’, 혹은 ‘좌절해도 일어설 수 있는’
그런 희망사항 같은 건 있었지만
‘도무지 포기할 수 없는 꿈’이라는 절체절명의 대상은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요즘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장은 아이에게 손이 많이 가는 때라 쉽지 않겠지만
‘도무지 포기할 수 없는 꿈’이라는 걸 갖기 위해
뭔가 시작을 해야겠습니다.
아직은 립서비스인지는 몰라도 다행히 남편도 그런 제 결심을 응원하고 있구요.
마지막으로 꿈을 향해 다시 공부하는 친구에게 용기를 주고 싶네요.
제게 있는 행운을 조금쯤 떼어내어 선물하고도 싶습니다.
윤영아, 힘내! 꿈이 있는 네가 정말 아름다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