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마시고 싶은 고추를 비롯한 밭작물들의 목마름을 해결해 주는 비가 소리없이 내려 땅을 촉촉히 적시고 있습니다.
제 생활 패턴이 조금 바뀌어 이에 적응하느라 잠시 여성시대 가족과 가까이 하지 못한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봄같은 날이 며칠 지나지 않아 여름으로 변한것 같은 착각속에 빠져 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과 저녁밥 대신 부추를 섞은 김치 부침개를 만들어 먹고 집사람의 퇴근시간이 되어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병원으로 갔습니다.
차에 타자마자 아내의 넋두리"그만 둬야 헐랑개비여. 나 때문에 환자가 다쳤다고 다들 야단들이여"
"아니 무슨 일이 있었는데?"
"할머니를 목욕시키고 안아서 침대에 눕혔는데 그때 아프다는 소리는 했는데, 뼈가 부러졌다나 뭐라나."
지난주까지는 치매 병동에서 말없이 일해 왔는데, 혈압으로 쓰러진 이후 며칠 쉬었다가 다시 복직되면서는 중증환자인 거동 못하시는 환자를 돌보는 일이 맡겨진 모양입니다.
사실 집사람이 한군데에서 오래 일해본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두,세달 일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번엔 육개월을 넘겼으니 얼마나 믿음직 스럽던지요.
각오가 퇴직금 많이 받게 오래 근무하고 싶다고 했었거든요.
5월 초에 환자를 돌봐야 할 요양보호사가 병실에서 혈압으로 쓰러졌다는게 보통문제가 아니지요.
지금까지는 혈압의 어떤증상도 보이지 않던 사람이 병원단합대회때 등산을 무리하게 한 탓도 있겟고,
다음날 누가 밥사준다고 해서 고기를 양껏 먹었던 탓도 있겠고,
어지럽고 토하고 싶은데 억지로 헛구역질을 해댄 사건들이 종합적으로 혈압을 높여놓은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누구나 다 하는 말은 " 살 좀 빼야 할것 같어" 입니다.
160센티의 키에 몸무게가 표준체중 보다 20킬로그램이 많거든요.
서방인 저는 60킬로그램도 안되는데 말입니다.
"신랑밥 많이 뺏어 먹어서 그렇지?" 아내와 저를 다 아는 사람들의 의견이랍니다.
그래서 시작한 저녁운동. 십리길 걷기 이지요.
남원은 어느지역에 살건 운동하기가 쉽게 되어져 있답니다.
양림단지 쪽엔 야트막한 등산로가 있구요, 요천수를 끼고 있는 마을에서는 요천수 길이 있어 좋구요, 남원역이 옮겨지면서 길도 넓어져 운동하기엔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저도 할일이 많이 있긴 하지만 아내의 야간운동에 적극협조하기로 하고 저녁을 먹고는 십리길 걷기에 동행하고 있답니다.
공사장에 나가는 인부들이 비오는날은 공치는 날이듯 운동도 비가 오니까 쉬어야 하는게 맞을텐데,
아내는 비옷이 어디있냐고 집안을 뒤지고 있습니다.
일회용 우의봉투를 찾아 하나씩 꺼내 입고 출발했지요.
이렇게 꾸준히 운동하면 몸이 조금씩 가벼워 지겠지요?
이게 무슨 청승이람? 하면서도 따라 나설수 밖에 없었습니다.
"봐봐 비가 오니까 운동하는 사람들도 없잖아? 이제 그만 돌아가자,"
기왕 나왔으니까 남원역까지만이라도 갔다오자"
걷다보니 우산을 쓰고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어디선가 꽃향기가 흠씬 풍겨 옵니다.
" 이게, 무슨 꽃 냄새야?"
", 이건 바로 아카시아 향기."
남원역 광장 모퉁이에 마련된 생활체육 운동기구 다섯가지를 다 조금씩 체험한후 다시 되돌아 왔습니다.
하루에 100그램씩만이라도 가벼워졌으면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건강한 나날 보내세요.
남원시 왕정동 시영아파트 101-102호. 김영수. 010-5579-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