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폐지 뭉치

이제는 완연한 가을 날씨가 되어 화창한 날씨에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여성시대 가족 여러분들도 다들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보내고 계십니까?
저, 오늘도 색다른 경험을 하고 왔기에 여러분과 그 이야기를 나누려고요.
제가 두가지 일을 한다는 것 소문 들으셨나요?
낮에는 자활근로하구요, 밤하고 새벽엔 고물 수집하여 일주일에 한번씩 고물상에가서 돈으로 바꿔온다는 이야기 아직 못들으신분 계시나요?
오늘도 일주일동안 모았던 고물을 싣고 세모고물상에 갔답니다.
고물상 여사장님이 오랫만에 보는 얼굴이라며 무척 반가워 하십니다.
"어머! 오빠 오랫만에 오셨네요. 제가 전화 여러번 했었는데 안 받으시더구만요"
제가 왜 여사장의 오빠가 된줄 아십니까?
사실은 이십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제 여동생이 학교 다닐적에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단짝 친구였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서 남원에 열군데가 넘는 고물상을 두고 꼭 이 세모고물상만 단골삼아 오게 되었답니다. 
"오늘 전화는 왜 할려고 했어요?"라고 묻자,
"예.이 근처 마을에 할머니가 파지를 많이 모아두었는데 오빠가 차에다 실어서 가져다 주셨으면 해서요?"
어떤할머니가 파지를 모았을까? 궁금해 하는데, 마침 할머니 한분이 고물상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오빠! 이 할머니세요"라고 하고는 할머니께 말을 이어서 했습니다.
"할머니 이차 타고 가셔서 싣고 오시고 또 옆에 사시는 말 못하는 할머니 댁도 좀 알으켜 주세요."
내가 낸 고물값을 채 받기도 전에 짐을 싣기 위해 이동을 했답니다.
좁은 골목길에 비닐로 덮어놓은 길다란 폐지 다발이 있었습니다.
비닐을 벗기자 3-4KG씩  묶어진 다발들이 수두룩 했답니다.
그 골목엔 차가 들어갈수 없어서 10여미터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두고 나르기 시작했답니다.
할머니가 묶어놓은 다발들은 가벼워서 두다발씩 나를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손으로 끈을 집어든 순간 노끈들이 풀려서 어그려지는 다발을 이제는  안고 날라야 했습니다. 
한차 가득싣고 고물상에서 중량을 달아보니 375Kg 여기에 선풍기, 냄비 등 값이 좀 나가는 고철이나 양은 스덴도 있어서 칠만원 정도가 계산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말못하시는 할머니댁 고물을 싣기 위해 다시 마을로 향했습니다.
할머니는 한달이상 모아놓은 파지라며 그래도 돈을 바꿀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습니다.
"젊은이 이거 기름값이나 될랑가 모르겄네"하시며 2만원을 꺼내 주셨습니다.
저는 "아니예요 할머니 두시간 정도 일하고 받는 돈이 너무 많아요.
꼭 주시고 싶으시면 만원짜리 한장만 주세요 "면서 한장을 다시 내 드렸답니다.
이번에는 길가말못하는 할머니댁
차가 마당에까지 들어갈수 있어서 좋았는데 문제는 파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좀전에 고물상에서 만난 할머니의 힘을 빌어 쉽게 싣기는 했지만 아직도 두차는 더 될것 같은 많은 물량의 파지들.
혼자 고물상에 다녀오니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함께 고물들을 집안 구석구석에서 마당으로 끌어내고 계셨습니다.
이번에도 쉽게 짐을 싣기는 했지만 시간이 6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배도 고파오고 있었고 말입니다.
손가락 일곱개를 펼쳐 보이며 일곱밤 자고 다시 오겠다는 표시를 하고 할머니와 함께 고물상에가서 파지값을 받아 들고 오게 되었답니다. 이번엔 십만원정도가 나왔답니다.
집에 태워다 드리자 검정비닐봉투에 뭔가를 가지고 나와 가지고 가서 먹으라는 시늉을 하십니다.
봉지를 벌여보니 쥬스 한병과 요구르트 두줄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만원짜리 두장을 빼주시길래 말이 통하지 않아 어떻게 만원을 되돌려 줄까 하다가 할아버지께 만원만 받을테니 할머니께 잘 설명해 주라고 부탁하고는 다음주에 꼭 다시 오겠노라고 약속하고 되돌아 왔답니다.
이번 할머니는 온종일 폐지만 모으시는 분이고 아까분은 낮에는 약국앞에서 장사하시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주워오시는 분이라 물량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할머니들의 용돈벌이 수단인 파지를 내가 자전거로 모은다는 것이 좀 죄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 코가 석자나 되는 빚쟁이 인지라 힘없는 이들의 생존경쟁에 함께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오늘도 평안한 마음으로 순탄한 생활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남원에서 김영수
 
남원시 신정동 샛터앞길 27   010-5579-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