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게 뭔지

지난 7월중순 어느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어찌나 날씨가 덥던지 마을 당산나무 그늘 평상에 앉아마을 어르신들과
막걸리내기 장기를 두고 있자니 이웃집에 사는 부골네 할머니께서
땀을 뻘뻘 흘리시며 고구마순 담은 바구니를 평상에 내동댕이 치듯 내려놓으시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옷소매로 닦으시며저에게 그러는겁니다.
 
"어이 용기 자네 나 따라댕기며 일쪼께 댕길랑가."하시기에
 
"뭔일인디 그런다요. 그렇지 않아도 논에 모심고 병충해 약치고 난께 할일이 없어
답답했는디."
 
"그려 다른게 아니라 내가 말이여 시방 대파작업 하러 일 댕기는디 돈벌이도
괜찮은디 어쩌 나 따라댕갈랑가?"하시며 꼬시는데 일하는곳이 이곳 지역이아니라
강원도 경기도 객지에서 일을 한다는게 맘이 걸렸지만 함께 가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보름에 한번씩 집에다니러 오는데 아마 그날이 집에 다니러 오시는날이라
댁에 계시는 할아버지 반찬거리 준비하느라 밭에 다녀오시는 것이었나 봅니다.
 
아무튼 다음날 옷가방을 챙겨들고 새벽3시에 일어나 봉고차를 타고 이마을 저마을 다니며
아줌마 할머님들 15명을 차에 태우고 4시간 넘게 걸려 경기도 일죽이란곳에 도착하여
대파 뽑는 일을 하는데 아침부터 땀으로 온몸에 범벅이가 되고 엎드려 일을하다보니
허리는 부러질듯 아픈데 오후2시가 되자 무슨날씨가 그렇게도 덥던지 정신이
빙빙돌며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아 나무 그늘에서 잠깐 정신을 가다듬고
밭에 나와 다시 일을 하려는데 창북리 양순이 할머니 바지 지퍼가 열려있기에
 
"저어 어르신 비자락 지퍼가 열려 있는디랍."했더니 큰소리로
 
"어매 야가 또 지랄났네 잘생긴 젊은 남정내만 보면 야가 이런단께."하시며
뭐가 그리 좋으신지 호호하하웃으시며 지퍼를 올리시기에
 
"아따 참말로 그게 뭔소리다요 자슥같은 사람헌티 아이고 참말로
민항해 고개를 못들겠구먼 했더니 옆에서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시며 파를 다든던 정읍네 할머니께서
저에게 그러는겁니다. "아따 뭘 그렇게 부끄러워 헌당가 날씨는 우라지게 덥고 일은 힘들고
해는길고 이런 우스겟 소리라도 혀야 힘든지모르고 하루를 보내지 않그런가."하시는데
듣고본게 맞는 말인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후회가 막심했습니다. 시방 내가 여그를 뭘라고 왔는가 몰라 살라고 왔는가 죽으려고 왔는가
먹고살기 힘들어 돈벌러 온것도 아닌데 도망가고 싶어도 워낙 멀어 도망갈수도 없고
아침부터 얼마나 땀을 흘리며 일을 했는지
점심때 밥을 먹으려는데 도저이 밥이목에 넘어가지않아 밥에 물을 말아 몇술떠먹고 일하는데
어르신들 앞이라 힘들다고 말도 못하고 어쩜 어르신들은 누구하나 힘든다는 말씀 한마디없이
그 뜨거운 뙤약볕에서 일하는모습을 보니 정말 어르신들이 존경 스러웠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번돈으로 자슥 가르치고 삶을 이끌어 나가시는 어르신들 보면서
 
'그래 연세드신 어르신들도 저렇게들 강하게 사시는데 젊은 내가힘든다고 이 먼곳까지 와서
그만둔다면 사내가 아니지'마음을 고쳐먹고 일을하다보니 지금까지 왔습니다.
 
자슥이라고 아들하나 바라보며 살았는데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며느리마저 집나가고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손자 손녀를 집에두고 당신몸도 성치 못하시면서
아픈 다리를 절룩절룩 거리며 일을 하시는 마포댁 할머니가 제맘을 아프게 하네요.
 
하루 일당 돈 4만원을 벌기위해 세벽부터 해가질 무렵까지 종일 쉬는시간도 없이
일하시는 우리 어르신들 아프지마시고 제발 건강하시길
빌어주지 않으실래요?
 
p.s
이무송의 산다는게 뭔지 신청하면서 행여 이글 방송되어 선물 주시게되면
주요권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바빠도 이번 가을 편지쇼때 찾아 뵙겠습니다.
 
부안군 상서면 장동리 226번지
김용기
583-5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