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거리는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오~ 끝내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초라한 속죄가~~"
아름다운 목소리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순수한 이선희씨의 노래 가사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하늘을 보면서 어느 여름날 깊은 밤에 소원을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나 무섭고, 가족들을 힘들게 하셨던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얼마나 간절히도 하늘에 띄웠는지 모릅니다.
아무도 모르게라면 거짓말이겠지만, 저 혼자만 가슴에 품고 가슴앓이를 했던 오빠친구에 대한 아름다운 첫사랑의 기억. 중학교 시절을 그렇게 또 보낸 것 같습니다.
여고시절엔....
지금 되돌아보니 정말 꿈같고 낭만적인 아름다운 추억들이 아주 많더군요.
목련꽃 그늘 아래서 여고생들 대여섯명이 모여,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을 만들어내면서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이빨에서 땀이 날 정도로 열심히 수다를 떨었던 기억도 많습니다.
"영희는 수학선생님 좋아한다며?"
"아냐, 수영이가 영어선생님 좋아한데. 웃기지 않냐? "
"아, 슬프다. 이렇게 화창한 봄 날을 이렇게 교실 의자에 앉아서 아까운 청춘을 흘려 보내야 하다니. 우리 오늘 밤에 어떻게 한 번 놀아볼까나?"
조금은 희미한 친구들의 이름들. 영희였는지, 수경이었는지, 아니면 미애였는지...
선생님들 이름, 존경한다고 하면서 남몰래 가슴이 콩당거리게 두 볼을 빨갛게 달궈가면서 좋아했던 지구과학 선생님 얼굴도 잠깐 스쳐 지나갑니다. 아쉬운 여고시절...
스무살이 빨리 되었으면 하고 바래던 열 아홉살 겨울.
스무살이 되면 당장이라도 짜~잔하고 제 모습이 변하고,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어 집안에서 부모님 간섭도 받지 않고, 또 마음껏 사회생활에도 빠져볼 수 있을거라 어리석은 상상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스무살이 되어서도 저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요.
오히려 스무살이 넘으면서부터 저에게는 또 다른 아픔과 어려운 현실들이 자꾸자꾸 늘어만갔고, 그 때문인지 건강이 조금 안 좋아져서 병원에 입원까지 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지금 이렇게 지난 기억들을 조심스레 열어보니 참 아름답고 소중했다는 생각이 넘칩니다. 떨어지는 낙엽에도 눈물이 흐르고, 지나가는 옆집 멍멍이 꼬리만 봐도 싱글싱글 웃었던것 같습니다. 뭐가 그렇게 가슴 설레고 행복했던지, 사랑하는 우리 남편과 데이트 했던 그 때는 즐겁게 만나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데, 눈 앞에 훤하게 그려지는 남편 얼굴 때문에 잠못 이룬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말할 수 없이 고마운 분들도 많습니다. 눈물나게 그리운 이들도 참 많습니다.
어쩌면 그리도 제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들도 많았던지요.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기억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제 가슴속을 채워주고 있으니 또 한 번 감사할 수 밖에요. 힘들 때는 즐거운 일들을 꺼내 보구요,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숨막힐 정도로 가슴벅찼던 기억들을 열심히 뒤져 보렵니다.
기운이 빠질때요? 그럼 당연히 우리 남편과 데이트 하면서 기운이 펄펄 솟았던 순간들, 비오는 날 다정하게 겉옷을 벗어 제 어깨 위로 덮어 주던 씩씩하고 최고로 멋졌던 우리 남편 근육 생각하면서 기운을 내보렵니다. 지금은 뱃살이 근육을 이겼다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엔 변함이 없으니 또 얼마나 행복합니까?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 꼭 들려 주세요.
행복하시구요, 더 많이 웃는 오늘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