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고 돌아오니 우편함 위에 회색봉투 하나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뭐지?
발신자도 모르는 이름(온라인 판매자 이름인 듯)이고
뜯어보니 하얀색 와이셔츠가 들어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작은 아이가 사이즈를 물어보더니
아마도 인터넷에서 주문한 모양입니다.
1월 3일이 저의 생일이었거든요.
작년 3월 1일자로 발령을 받아 지방으로 내려오고
아이들은 교육문제로 서울에 남아 자취하고 있는데
매월 각각 10만원씩 용돈을 받고는 있지만
버스비 빼고 나면 남는 돈이 3~4만원 정도 될텐데
제 엄마 생일 선물로 후드티를
아빠 생일에 와이셔츠를 사서 보낸 것입니다.
이미 철들어 버린 어린 딸들을 생각하니
코끝이 시큰했습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친척들이 많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용돈을 분에 넘치게 받아 씀씀이가 해퍼서
고민을 했었는데 말이죠.
지난 연말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아이들이 내려올 수 없으니
우리 부부가 움직이는 것이 나을 듯해서 신정연휴에 서울나들이 갔는데
작은 아이 하는 말이
“아빠, 이 달하고 다음 달 용돈 보내시지 말고 저금을 해주세요.”
하는 것이다.
“왜?”
“지난번에 아이팟 팔고 남은 돈이 아직도 남았어요.”하는 것이다.
대회에 나가서 대상으로 받은 상품을 공부에 도움이 안 된다고
인터넷으로 팔았다고 하더니 아직까지 쓰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또래 아이들처럼 군것질도 하고 싶을 것이고
보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고맙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습니다.
몇달만에 보는 엄마아빠에게 투정도 할만한데
방실방실 웃으며 오히려 우리에게 위로를 해주는 딸이 너무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제 새해가 되었으니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우리 진이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처럼 늘 밝은 미소 잃지 말고
공부하는 것은 때가 있으니 지금처럼 꾸준히 공부했으면
좋겠고 귀찮고 조금 힘들더라도 아침에 조금 빨리 일어나서
아침은 꼭 먹고 다녔으면 좋겠다.
이제 설날에나 얼굴을 볼 수 있겠구나!
그 때까지 건강하고 사랑한다 나의 딸아
전남 여수시 화양면 세포리 세포윗돔길 12번지
정삼수(010-2381-3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