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두 분은 짐자전거를 아세요??
엄청 큰 자전거...아버지의 애장품였던 짐자전거는 사실 시골생활하던 우리 들에게는 무척이나 재밋는 도구였어요
다리가 닿질 않으니까 옆쪽으로 다리를 집어넣어 굴려야움직이던 큰 자전거
그 자전거 뒤에는 크고 무거운 짐을 손쉽게 실을 수가 있었드랬지요
특히 오빠가 태워주면 그 게 진짜 꼬소했어요오빠는 저보다 힘이 쎄고 또 키고 컸으니까 굳이 옆쪽으로다리를 집어넣지 않아도 그냥 그냥 굴러가도록 자전거를 탔으니 그날
그러니까 어머니의 쌀 심부름은 오빠가 해야 맞앗는데 아마 로봇 태권브이라는 엄청 나게 유명했던 만화를 본다고 티비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으니
어머니는 저더러 그 임무를 시켜대셨답니다
정이 니가 갔다와라..
갔다오면 엄마가 떡 두개 줄께...하시면서 유혹을 하셨네요
와우 두개라....
어머니는 자전거에 불린 쌀을 실어 주시면서 조심해서 갔다와라 넘어지지 않도록 혹시나 쌀 쏟지 않도록 꼭 잘 굴려야 한다 알았지?
엄마 걱정 마세요 제가 이래봬도 자전거 오빠 담으로 잘잖아요"
하면서 큰소리를 꽝꽝쳤지만 사실 무거운 떡쌀을 싣고 달려가야만 하는 그 길은
눈도 와버려서 무척이나 미끄러웠지요.
그리고 방앗간을 얼마두지 않은 내리막길을 가는데 바퀴가 미끌 하더니
"어어어어..
하는 순간...순간....
그래도 미끈덩하고 넘어져버렸습니다.
그러나 아픈 다리나 찧어댄 가슴팍보다는 어머니의 떡쌀 그거만 생각나면서 딱 죽을 것 같더라고요
우리 엄마 무척 화내실텐데..
혹 꼬집으면 어떡하지?
예전에도 보리차 한번 쏟았다고 정신 못차린다고 그거 끓여대느라 부엌에서 더워 죽겠는데....이렇게 쏟아버리면 엄마 어떡하냐고 허벅지를 앵도라지게 꼬집어댔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르며저도모르게 그만 허벅지가 슬슬 만져지는 겁니다.
저의 작은 실수로 설날 맛있게 먹고 차례를 지내야하는 떡쌀을 엎었으니...
정말 정말 걱정이 됐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꼭 죽으란 법은 없더라고요~
찔찔찔 울면서 흙조배기된 떡쌀을 한줌씩 한줌씩 고사리 같은 손으로 쥐어담는 저를불쌍히 여기신 할머니 한분이 구세주처럼 저를 구원해주셨다 이겁니다.
'울지마라
우리집에 가자 우리 집에 막 빼놓은 떡있다 그놈 갖고 가거라"
하시는데.
그 흙묻은 쌀은 할머니가 가져가시고 떡을 제게 바꿔주시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흙묻었던 쌀보다 바꿔왔던 떡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아무래도ㅜ이상하다....양이 너무 많다 하시면서...방앗간으로 달려가신다는걸
"엄마 추운데 어딜가요 엄마 자전거 못타잖아"
하면서 만류를 했답니다.
뭐 나중에 캐보신 어머니께서 방앗간 근처에도 안간 제 행동에 대한 추측을 통하여서 다 알아내셨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구세주처럼 저를 구원해주셨던 할머니
그 따뜻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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