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오천원의 행복
올해는 유난히도 추워서 기름값 걱정에 보일러도 틀지 못하고, 몸도 마음도 추위에 떨면서 살고 계신 엄마가 걱정되어 홀로 사시는 엄마께 다녀왔습니다.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져서 지금은 유모차 없이는 한 발짝도 걸을 수가 업고 어느 순간 신경이 손가락까지 눌러 숟가락 사용도 제대로 못하고 젓가락은 더더욱 할 수가 없어 포크를 사용하고 몸이 많이 불편해져서 장애 판단을 받아 월요일부터 금요일 까지 하루에 2시간씩 요양보호사의 보호를 받고 살기에 엄마! 언니가 같이 살자고 하니까 언니네 집에 가서 살면 좋겠네 하니 그런소리마라 사람이 아플수록 내집이 최고란다 하신다. 몸이 아프니 자식이지만 오래가면 눈치도 보일거 같고 마음도 편치 않으니 내집에서 이웃들이랑 그냥 이렇게 살란다 하며 단호하게 거절하시네요. 우린 우리들 마음만 편하자고 엄마 마음은 생각하지도 않은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엄마는 요양보호사분이 2시간이지만 날마다 집에와서 말벗도 해주고 음식을 해주고 가니 큰힘이 되나봐요. 몸이 불편하신 노인들을 위한 너무 좋은 제도인거 같습니다.
요양보호사분이 가고 나면 이웃에 계신 분들이 오셔서 불편한 엄마를 위해 손도 되어주고 발도 되어주시어 밥부터 빨래 집안 살림을 요소요소 살펴주시니, 우리 자식들은 미안하지만 조금은 걱정을 덜고 살지요. 이웃의 고마운 마음에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어쩌다 한번씩 과일이나 삐죽 내미는 것 뿐인데 변함없이 엄마에게 따뜻한 손길을 주시는 이웃분들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어젠 제가 온 탓에 엄마는 목에 힘을 주는건지 딸~ 오늘은 점심에 팥죽이나 사먹자 하는거예요.
세상이 좋아져서 시골까지도 만원부터는 배달이 된다기에 주문을 하였더니 만원어치면 많겠다고 이웃분들을 불러야 한다고. 불편한 손으로 여기저기 바쁘게 전화를 하시더니 좋아하면서 여섯분이나 오신다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부족할 것 같아 오천원을 추가해서 오시는 분들게 모처럼 맘껏 드시게 하고 싶었습니다. 평소에 멀리 산다는 이유로 직장 생활을 한다는 핑계로 자주 오지 못함에 팥죽으로나마 보사아고 싶은 마음이었을까요?
그때 마당으로 유모차를 밀고서 한분, 두분 미끄러운 길에 조심조심 오시네요. 시골인심이라 그런지 큰 곰솥으로 가득하기 가져왔기에 만원천원 어치 밖에 안 시켰는데 너무 많아요 했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아저씨는 맛있게 드세요 하며 휑하니 간다.
동그란 밥상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는 모습 모두들 환한 미소를 띄우시며 아이들 마냥 좋아하시며 오랜만에 먹어보는 팥죽이라며 먹고 싶으셨다며 설탕을 두숟갈씩 듬뿍 넣고서는 저를 보시며 아이~딸 흉보지 마소. 나이가 먹으니까 달달 한 것이 좋고 그래야 맛있다 하시며 모두들 두 그릇씩 뚝딱 드시는 모습이 좋아서 사가지고 간 과일을 드렸더니 행복한 얼굴도 오늘이 생일날 같다며 고맙게 잘 먹었다고 말씀을 하실 때 죄송한 맘이 들었습니다.
만오천원에 이렇게 행복해 하시며 흐믓해 하시는데 한달에 한두번 가면서 우리엄마만 챙기고 고마운 이웃들은 챙기지 못함에 죄송한 마음이 들어, 몸이 불편한 엄마한테 말동무 해주시고 외롭지 않게 날마다 도와주시는 동네 이웃분들께 만오천원의 행복을 안겨드려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약속을 했습니다. 멀리 있는 자식보다 가까이 사시는 이웃 분들이 더 잘 챙겨주시고 보살펴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동네 엄마들 건강하게 사시는 그날까지 행복하게 사세요. 모처럼 작은 것이지만, 보람된 일을 한 것 같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도 가벼웠습니다.
좋은 사연 들려주시는 두 분께 늘 고맙습니다.
010 - 2632 - 5771
전주시 효자동 1가 651번지 상산빌딩 602호
김 선 숙
신청곡 : 최성수 - 동행
소리새 - 그대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