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엄지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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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1월 세상에서 가장 키작은 국화가 꽃을 피운 모습이다.)
 
나무야.
우리 발코니에는 몇개의 화초가 놓아져 있거든.
지난해 가을이었어.
화분이 많은건 아니지만
많은 화분 관리하는게 싫어서
이제는 그만 사들여야지 하면서도
봄 가을이면 꽃들의 유혹에 나도 모르는 사이
빠져들고 말지 뭐야.
참 속없지?^^
 
국화꽃을 볼때마다
그냥은 단 한번도 지나치질 못하고
반드시 바라보던지
향기를 맡곤 했었지.
나도 노오란 국화꽃을 길러봐?
오랜전에 사다 길러 보았는데
불청객 진딧물이 어찌나 달라 붙던지
짱나고 열받아서리 국화와 장미는
진딧물이 싫어서 키우는일을 포기 했었거든.
아참 하늘나팔꽃도 키워 보려다 진딧물이가
얌체 같아서 싫어서 우리동앞 화단에 화분체 내다 놓았더니
어느 누가 기르려고 가져가 버리고 없네?
 
그런데
모든이에게 아픈 환자에게도 기쁨을 주는 꽃.
그중에 하나인
결국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체 국화꽃을 한해살이 같은 작은 1회용에
심어진 두개를 사오고 말았지뭐야.
주1회 물을 주었더니만 물이 모자란지 시들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걸 보고 놀라 물을 주면
오뚜기 처럼 금새 고개들어 일어나는 국화가
살아 움직이는 동물처럼 너무 귀여운거야.
물을 주면 다시 싱싱하게 살아나는 꽃이 너무 예뻐서
야무진 꿈을 갖고 앞으로 나랑 오랫동안 동거하자며
두개의 국화를 화분 하나에 옮겨 심어 물을 주어 가꾸었더니
국화도 내 소망을 알아 들은듯 잘 자라주지뭐야.
 
물도 주1회로 충분하구....
난 그때 알게 되었지.
화초는 역시 흙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야 하는것이구나 하고.
잠시 꽃만 보구 죽어버리게 놔두자는 내 심보였는데
국화꽃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지.
나는 꽃을 피우는 화초는 잘 키우지 못하기에 당연히 금새 죽어 버릴줄 알고
화분에 옮겨 심을 생각을 안했던거지.
진작 화분에 옮겨 심어 줄걸 후회도 했어.
그러다가 몇개월이 지나 가을이 가고 기온이 내려가니 꽃들이 그대로
말라 비틀어 내 눈앞에서 사라지고 말았어.
 
계속해서 지켜 보았더니만 진딧물도 생기지 않고
줄기주위에 작은 새싹이 올라오는것을 발견했지.
어찌나 기쁘던지....
이미 떠나버닌 생명.
옆 화분 내사랑 비비추 잎과 줄기를 말끔하게 잘라 내 주었지.
그래야 올 3월이면 다시 예쁜 새싹이 돋아날테니까.
그 비비추로 국화의 뿌리를 보온시켜 주었지.ㅎ
그래서 따뜻해서 싹을 틔운게 아닌가 싶어.
나무야 내가 잘 못 한거니?
어느날 이었지.
국화에게 다가가 살펴 보니 어머나
세상에 이럴수가~
 
국화꽃의 키가 5cm나 될까?
거의 땅에 달라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키가 작은데도 꽃을 피우다니.
정말 놀라웠어.
세상에서 가장 키작은 난쟁이 국화가
노랗게 꽃망울을 여러개 맺고
필 준비를 하고 있지 뭐니.
감동이었어.
매섭다 못해 무식하리만치 추운 이 계절 겨울에 추운줄도 모르는지 국화꽃을 피웠지 뭐야.
내가 화초를 가꾸면서 이렇게 기쁜일은 난 생 처음 겪는일이야.
너무도 기쁘고 행복했지.
그래서 너무 예뻐서 깨끗이 씻어 말려 두었던 가리비조개껍질로 한번 더 보온을 시켜 주었지.
나 잘했지?^^
 
이미 생명을 다한 지난해 피었다 져버린 국화꽃들은 잘라 내 주었지.
새로운 생명들이 편하게 예쁘게 잘 자라도록 말야.
그래야 새 생명들이 돋보이지않겠어?
나무야.
난 나로 인해 누구든 돋보인다면 너무 기분이 좋거든.^^
한송이만도 너무도 기쁘고 행복한데
계속해서 몇송이 더 피워 줄것 같아
국화꽃이 너무 고마운거 있지.
감동이고 기쁘고 행복한 가운데 한켠으로는 마음이 아픈거 있지?
슬프다는 생각도 들어.
 
왠지 알어?
지금은 겨울이라 너무 춥잖어.
얼어 죽을까봐 걱정도 되구
올 가을에 꽃을 피워 주지 않을까도 걱정도 되구.
자신이 꽃 피워야 할 계절이 아닌데도
따스한 햇살 좀 받았다고
이 추운 계절에 얼마나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워 냈을 국화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고
슬픈 생각이 들던지....
내맘이 이리도 여린것일까??
추워서 자라지 못해 세상에서 가장 키작은 국화로
꽃을 피운일도 너무 안스러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