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입만 가지고 왔니

해마다 이맘때가되면 객지에 흩어져 사는 형제들이 이곳 시골에 내려와
김장김치를 담그곤 하는데 며칠전이었습니다.
김장 담그는날 며칠전부터 미리 마늘도 까서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밭에서 남동생들과 경운기에 배추를 뽑아 실고 있자니 저멀리
버스에서 막내 여동생 은정이가 일곱살배기 조카 민호 손을잡고
우리가 일하고 있는 밭에와

"오빠들은 진작에 왔나봐? 언니들은 집에 있겠네?"하며 인사를 하자
서울에 사는 남동생들이 여동생에게

"야 은정아. 얼마나 궁색맞게 살면 요즘 세상에 자가용한대 없이 버스타고 다닌다냐.
너 올해도 입만 가지고 왔지? 보나마나 뻔하지."하며 히히덕거리며 웃자

여동생은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며

"긍게.." 한마디 하는데 큰오빠로써 어찌나 애처롭게 보이던지

"은정아. 점심때도 훌쩍 지났는디 얼른 집에가 점심먹고 쉬고 있어.
오빠들이 후딱 배추뽑아 경운기에 싣고 갈랑게."하며 여동생을 집에 보내놓고
큰형으로써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 동생들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용수 경수 너그들 서울서 큰사업하는 돈많은 부자인줄 알어. 돈이 얼마나 많은가 몰라도
가난히 무슨 죄간디 막내 시골에 내려올때마다 너 또 입만 가지고 왔지? 하며 빈정거리는데
오빠들이 되어가지고 여동생에게 그게 헐소리다냐? 못산다고 사람 그렇게 무시허고 괄시허는거 아니여.
너그들 입장한번 바꿔 생각해봐."하며 야단을 쳤더니 버럭 화를내며

"형은 왜 막내 은정이만 감싸고 그래? 우리가 뭐 없는말 했어? 우리 형제들 모임 회비도 제대로 못내고
시골에 내려올때마다 빈손으로 왔잖여. 젊은것이 옷차림좀 봐."배추 작업을 하다말고 집에 간다며 가기에
하도 어이가 없고 기가막혀. 밭둑에 앉아 담배한대 피우는데 지난봄에 하늘나라에 가신 엄마가
제 얼굴을 쓰다듬어 주시며

"이 애미 내 새끼헌티 마지막 부탁한가지가 있는디 막내 은정이 말이여. 지금처럼 보살펴줘잉.
막내 그것이 이 애미 맘에 걸리는구먼."하시며 흐르는 눈물을 당신손으로 닦아주시며
스르륵 영원히 눈을 감으신 엄마의 마지막 유언이 제 머리를 떠나지를 않아 가난에 허덕이며
고생하는 막내 여동생에게 작은 25평 아파트 장만해주고 시골에 내려오는데 화장기 없이 남의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여동생을 보고 오는데 사람이 산다는게 뭔지 나도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있는 재산 죽을때 가지고 갈것 아닐텐데 해외에 골프치러 다니며 호화스럽게 잘 살면 못사는 여동생
조금 도와주면 좋으련만 참 마음이 그렇네요. 형제간에 사는게 너무 차이가 나니까
장남으로써 마음이 아프기에 자가용에 담근 김치며 쌀 참기름 이것저것 챙겨 막내 여동생에게
실어다주니 하루저녘이라도 자고 가라며 울며 애원하는 여동생의 부탁을 뿌리치며 이다음에
언니랑 함께 놀러오겠다며 약속을 하고 싱크대 서랍속에 생활비 보태쓰라고 천만원을 넣어놓고
정서방에게 잘해주고 애들 잘 키우고 살라며 쪽지 한장을 남기고 집에와 전화를 하니
여동생은 큰오빠 큰오빠만 부르며 대성통곡하며 울기만 하네요.

사람이 산다는게 뭔가, 가장으로 산다는게 참 힘이드네요.

추신
오늘따라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가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잡네요.
류기진 / 사랑도 모르면서
이현 / 이별이 주고간 슬픔 두곡중에 한곡 부탁드립니다.

부안에서 전주 여성시대가 있어 행복한 김용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