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바람이 무섭긴 무섭디다.

교직에 몸담고 계시던 장인어른께서 20년전 교통사고로 퇴근길에 하늘나라로
떠나시고 우리 장모님 자식이라곤 딸하나 있는 집사람을 나에게 시집보내곤
홀로 사시며 사흘이 멀다하고 나에게 전화를 해

"아따 김서방 여그 진안은 눈이 겁내게 내리고 있는디 거그 부안도 눈이 오는가?"민수 애미는
시방도 집구석에 붙어있지않고 읍내 마사지다 뭐다해서 밖에 쏴댕기지?
그려. 갸가 장모닮아 한인물 허잖여. 미스변산 그것도 진이잖여. 이쁜각시 데리고 살려면
그런것쯤 감수 해야지 어쩌것는가."아 이러시며 전화통이 불이날정도로 전화를 하시던 장모님이
하나밖에 없는 사위가 눈길에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한달넘게 입원해 있어도
병문안은 커녕 전화한통 없으시기에 어찌나 서운하던지. 전화를 걸어서는
다짜고짜 해댔습니다.

"아따 참말로 장모님 히도히도 정말 너무허구머니랍. 아무리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이러시면
안되지랍. 사위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도 전화한통없고 정말 서운허구머니랍."했더니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수화기 너머로

"자기야. 아프단말이야. 살살주물러 김서방 시방 장인어른 될사람이 내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는디
아 글쌔 며칠전에는 나이먹을수록 건강해야한다며 이 장모 데리고 병원가서 종합검사 받고 왔잖여.
오똑한 코에 부리부리한 눈이며 꼭 장동건닮았지? 김서방이 볼때도 그렇지?"하시며
뭐가 그리 좋으신지 호호호하하하 웃으시길래.

"장모님 어디 비교할때가없어 장동건에다 비교한다요. 지가 볼때 비실비실 배삼용이 닮았던디."했더니
화를 내시며 또 제 염장을 지르지 뭡니까.

"그렇지 않아도 민수 애미가 그러는디 장인이 사위보다 더 젊고 잘생겼다며 자네가 장인같고 장인이 사위같다고
허던디?"하시기에 어찌나 속에서 천불이 나던지

"아이고 참말로 기생홀애비같이 젊은놈 데리고 살게되어 참말로 좋것소."하고는 전화를 끊고 얼마나
꺠가 쏟아지게 잘살고 있는가 궁금하여. 어제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던
아들 민수와 아내와 함께 진안처가집에 갔더니 아따 참말로 눈꼴셔 못보겠더군요.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왠 낯선여자가 이 추운날 무릎이 보일듯 말듯한 그것도 빨간 양장차림에
머리는 갈색머리에 숏커트를 하고 굽높은 뾰족구두를 신고 걸어나오길래 전 속으로
어매 저여자 혹시 정신이 어떻게 된 여자 아니여? 그런생각을 하며

"장모님 민수랑 부안 김서방왔구머니랍."했더니

"어매 참말로 이 장모 눈앞에 있어도 못알아보고 지랄이여."하시자 아내가 부리나케 신발장에서
내가 사다준 효도신발을 꺼내보이며

"엄마 난 어디 술집여자인줄 알았잖여. 그 연세에 그 옷차림이 뭐야 빙판길에 미끄러져 다치면 어쩌려고
이 산발 신고댕겨."건네주자

"이 애미 말이여. 이제 70밖에 안먹었는디 이런 효도신발 신고 댕기라고? 이 썩을놈의 신발 불태워버리던지
해야지."하시며 저 멀러 훌쩍 던져버리는 장모님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젊고 잘 생긴 다섯살이나 연하의 남자와 살려면 한살이라도 더 젊게 보이고 싶어하는 장모님의 마음을
엿볼수가 있었습니다.

전주 시내에 나가 저녁먹고 영화한편 보고 오려고 외출중인 두분을 모시고 우리 가족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고 부안집에 오면서 왜 진작 한살이라도 덜 드실때 좋은분과 재혼을 시켜드리지 못한
제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우리 장모님 꽃피는 춘삼월 웨딩드레스입고 시집가는데
당사자도 아닌 왜 내가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모르겠네요.
우리 장모님 남은여생 그저 건강히 알콩달콩 지내시길 빌면서 강진의 / 연하의 남자 신청합니다.

부안에서 전주여성시대가 있어 사는게 즐거운 애청자 김용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