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본) 죽는것도 다 타고난 자기 팔자인가 봅디다.

작년 이맘때 어머니 돌아가실때 이야기 입니다.

아내와 밭에 들깨모종을 심고 집에와 늦은 점심 몇술
막 뜨려고 하니 전화벨이 울리기에 받아보니 서울에 사는
남동생의 전화였는데 자식이라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하나뿐인데 갑자기 쓰러져 하늘나라로 갔다며
대성통곡 하는데 우리 엄니가 알면 충격받아 쓰러질까봐
차마 말씀을 못드리고 아내에게만 귓뜸을 해주고
서울에 동창 모임이 있어 간다고 하니 우리 엄니 서울에 사는
아들 딸들 갖다주라며 된장이며 고추장 마늘 참기름
온갖것을 보따리 보따리 싸고 계시기에 나도 모르게

"아따 엄니 참말로 폭폭허구먼 이 바쁜 와중에 시방 내가
서울 맥없이 놀러가간디 이런걸 싸주고 그런당가 용만이 아들
만수가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고 혔잖여. 그려서 올라가는디
암것도 모르고 엄니는."했더니 그 건강하시던 우리 엄니가
얼마나 충격이 크셨으면 그만 그 자리에 쓰러져 석달만에
하늘나라로 가버립디다.

"그동안 모시고 살면서 잘해드린것보다 젊어서 가시나들과
물놀이 간다며 우리 엄니 그 아끼던 금 쌍가락지 몰래 훔쳐다
읍내 금은방에 팔아 물놀이 다녀온일 이런저런 속썩은 일들만
떠오르고 가는곳마다 우리 엄니가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볼때마다
엄니 생각에 하염없이 그저 눈물만 나옵디다.

그날도 툇마루에 걸텨앉아 엄니 생각에
울고 있는 내 모습을 아들내미 물끄래미 바라보며

"아따 산사람은 살아야할것 아닌가랍. 하늘나라에서 할머니가
아빠 이런모습 내려다보시면 마음 편하시겠서랍? 괜히 씨알때없는
짓 마시고 후딱가서 나랑 함께 식사 하시잖께랍."하기에
버럭 소리를 질러대며

"야 임마. 시방 이 애비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간디. 이 애비 굶어 죽어
너그 할머니 뒤따라 갈랑께 너나 가서 쳐먹어 임마."하며 화를냈지만
두끼 굶고나니 앉아다 일어나려니 정신이 빙빙 돌면서 아따
마당에 돌아댕기는 닭들을 본께 저놈들 잡아 삶아 먹으면 겁내게
맛났것는디 그런 생각이 들며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아무도 없는
부엌에 들어가 큼직한 양푼에 참기름 고추장 열무김치를 넣고
쓱쓱 비벼 밥을 맛나게 먹고나니 살것 같습디다. 우리 엄니
돌아가시자 식구들 앞에서 굶어죽어 엄니 뒤따라 가겠다며
큰소리 뻥뻥 쳤는데 세상에나 딱 두끼 굶고 제가 이렇게 될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식구들이 알면 가장 체면이 말이 아닐텐디
만약에 이 아들이 갑자기 사고로 죽었다면 우리 엄니는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 두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어쨌든간에 전 효자는 못되고 불효자 인것 같습니다.

속도 모르고 동네 마을 어르신들 엄니 돌아가시고 물한모금 넘기지않고
곡끼를 끊고 지낸다는 소식을 듣고 그 먼 읍내에 나가 장어를 사와
구워주시며

"아따 참말로 우리 마을에 용기같은 효자는 처음이구먼 어쩌것는가
하늘 나라 가신것도 자네 엄니 운명이니까 너무 슬퍼허지 말고
남은 가족을 생각혀서 이놈 먹고 어여 기운 차리게나." 아 이러시며
등을 토닥여 주시는데 어찌나 제 자신이 밉던지 겁내게 쪽팔려
죽는줄 알았답니다. 오늘따라 하늘나라에 계신 엄니가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잡네요.

궁월댁 김기순 여사님 이 아들 엄니 겁내게 사랑하는지 알지랍?
알라뷰

추신
작가님 사연도 사연이지만 사실노래를 무척 좋아해 듣고싶어 했던 노래를
들려주시면 참 행복하거든요.
조승구/구멍난 가슴
신송/그 여인 두곡중에 한곡 부탁드려봅니다.

전주 여성시대가 있어 행복한 애청자 김용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