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할머니와의 인연

작가님 이 사연 이번주 금요일날 부탁드립니다.

추석을 앞두고 아내와 함께 부안읍내에 도착해 장을보는데
점심때가 가까워오기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을 사들고 시장길목에서
오이, 가지, 호박을 펼쳐놓고 쪼그리고 앉아 장사하고 계실 할머니 생각에
행여 식을새라 발길을 재촉해 할머니가 장사하고 계신곳에 도착했는데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 옆 신발집 가게 주인에게 소식을 물으니
며칠전 장사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3일만에 운명해 화장해 유골을
동진강에 뿌렸다고 하지 뭡니까.

칠순이 넘으셨지만 5살난 손자를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며 끼니도 제대로 못드시고
장사하시던 할머니셨는데 할머니를 알게된게 5년전 8월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객지에 사는 형제들이 휴가를 이곳 고향집에서 보낸다고 하기에 반찬거리를
사기위해 장을 보고 있는데 할머니가 5살쯤 되어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땀을 뻘뻘흘리며
소쿠리 가득 껍질을 벗긴 고구마순을 가지고 흥정을 하고 있지 뭡니까.

"할머니 무슨 5천원이나 달라고 하세요. 그냥 3천원에 주세요. 네? 이깐걸 무슨 5천원."
아 이러면서 젊은 여자가 할머니의 고구마순을 그저 가져가려고 하기에

"아이고 색시. 아침 도착하자마자 점심때가 다되도록 여지껏 껍질 벗긴 이 많은 고구마순을
세상에나 3천원에 달라고요? 아무리 못받아도 만원을 받아야 허는디 집에서 내가 손수
가꾼 고구마순이라 그저 싼값에 주는것인디 혀도혀도 너무허구만."아 이러시며 안절부절 하시는 모습을 보는데 속에서 천불이 나기에

"아따 참말로 이 많은 고구마순을 오천원에 팔다니 제가 고구마순값 만원하고 이 뙤약볕에서
힘들게 한나절 고구마순 껍질 벗기느라 힘들었을턴디 할머니 수고비 혀서 2만원 드릴테니
저에게 주실라요? 하며 2만원을 드리니 조금전 흥정하던 젊은여자가 절 기분나쁜 표정으로
쳐다보며 그럽디다.

"어메 참말로 무슨 경우없는 짓거리를 헌다요. 시방 내가 흥정허고 있는디."기분나쁜 표정으로
휭하니 가버립디다. 만원만 받고 만원 한장을 극구 건내주시는 할머니의 만류를 뿌르치고
2만원을 호주머니에 넣어주고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낚시용품하는 가게해서
큼직한 파라솔을 사다가 세워주고 옆 고무신 가게 주인에게 부탁하였으니 장사 마치고
집에갈때 파라솔 맡기고 가시라고 신신당부를 하고는

"자 오이 가지 호박 있습니다. 금방 텃밭에서 따온 것들인데 한번 보세요. 자 가지 오이 사세요."
소리지르며 다 팔아드리고 할머니를 집에까지 모셔다 드리면서 할머니의 사연을 듣는데
마음이 짠합디다. 할머니는 긴 한숨을 쉬시더니

"하나있는 아들이 지병으로 죽자마자 며느리가 이 어린 손자를 나에게 때어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디 어찌나 기가막힌지 이 어린것 데리고 저수지가서 빠져 죽으려고 까지 혔는디
이 어린것이 뭔 죄인가 싶어 돈되는것 이라면 뭐든지 어린것 땜시 허고 있는디. 하늘만 쳐다봐도
눈물만 나오는구려."하시며 당신 옷소매로 눈물을 닦으시는데 나도 모르고 눈물이 제 볼을타고
흘러내립디다.

"할머니 앞으로 지가 든든한 손자가 되어줄랑게. 힘들고 어려운것 있으면 저에게 연락주시지랍."
했더니

"어메 참말로 지비는 은행에 다니던 잘난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나같이 초라한 나를 할머니 삼는다고 그랴.
말만 들어도 고맙구려."하시며 피곤하셨는지 스르르 주무시더군요.
이런 인연으로 읍내게 갈때마다 필요치가 않아도 할머니의 물건들을 팔아드리고
떡볶이 순대를 사다가 할머니와 맛나게 먹으며

"호박 오이 가지 사세요. 싱싱한 야채입니다. 오이 가지 사세요."하며 장사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데 이렇게 가실줄 알았다면 진작에 한번이라도 자주 찾아뵐껄
그런 후회가 됩디다.

복중에 제일가는 복은 인연복이라 하던데...
할머니의 극락왕생을 빌며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남강수/추억의 소야곡
김용임/추억의 소야곡
이미자/옥이엄마 이곡중에 한곡 부탁합니다.

부안에서 전주 여성시대가 있어 사는게 룰루랄라 행복한 애청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