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아! 미안해 오후엔 시간 내 보마.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한낮의 따사로움이 들녁의 벼들이 황금물결을 이루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꾹참고 마음속으로만 삭이려 한다면 아마도 우울증에 걸릴지도 몰라 여성시대 가족들에게 드러내놓고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듣게 된다면?  하고 풀어 놓으렵니다.
아침밥상머리에서 다정이가 저에게 묻습니다.
"아빠 내일 오후에 주천에 있는 찜질방 가기로 약속한거 잊지 않았죠?"
"음. 근데 아빠 연극 공연 끝나고 가면 안될까?"
다정이가 학교 끝나고 집에오면 4시반이고 찜질방까지는 30분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찜질방에서는 두시간정도 머무를 것이고, 다시 집에오면 모든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7시반에서 8시쯤 되지않을까? 거기다가동생도 가고싶어하지 않을까?  은진이가 학교에서 빨리 온다고 하더라도 7시인데 그럼 밤 10시가 넘는다고 생각한 저는 내일은 안될거라고 예측하고 다음에 가자고 얘기 했는데,
다정이는 막무가내로 내일 꼭 가야 한다며 아빠는 왜 약속을 안지키냐며 밥도 안먹고, 약도 안먹고 학교에도 가지 않겠다는 겁니다.
아빠와 언니가 실갱이를 벌이는 광경을 본 작은딸 은진이가 다음에 가자고 언니를 달래 보았지만 넌 끼어들지 말라며 신경끄라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키는 작지만 힘이센 언니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맞는 은진이가 안쓰러워 말리려고 왜 그러느냐고 끼어든 제게 아빠 때문이라며 손으로 얼굴을 할퀴는 바람에 손톱자국에 붉은 피가 묻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낮동안 묵묵히 일을 하며 생각해 보았지요.
내일은 10월 9일 한글날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란걸 저는 생각지 못했던 겁니다.
제가 하는 일이 자활근로인데 자활근로는 주5일 근무가 원칙인데,
제가 하는 일이 농사일이고, 농사는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 쉬지 않고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사람들은 토요일 일요일에 쉬지만 저는 쉬지않고 그냥 쭉 일해오던 터라 공휴일이 돌아 온것도 모른채 내일은 무슨일을 할까? 하며 다른생각에 잠겨 있을때. 딸아이는 쉬는 날이니까 찜질방에서 쉬고 싶었던 것이지요.

우리 다정이는 이제 스무살이랍니다.
보통아이들보다 생각하는게 부족하여 다른사람을 이해하는것이 부족합니다.
거기다가 간질이라는 병을 갖고 있어서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나무란적이 없습니다.

이제서야 저는 깨닫습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일주일에 하루쯤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요.
다정아! 미안하다 아빠는 내일이 쉬는 날이란걸 몰랐어. 알았다면 너와 함께 찜질방에 가려고 했을거야.
일 중독에 빠져 하루라도 쉬면 멍 해지는 제가 어떻게 하면 변할수 있을지...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일주일후면 공연이 시작됩니다.
남원연극협회 회원들이 3개월간 연습한 결과물으인
강풀 원작  최재욱 구성,연출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10월17일부터 23일까지 주말엔5시에 주중엔 7시에 남원지리산 소극장에서 공연됩니다.  관람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동한보따리를 선사할 것입니다.참 19일 월요일엔 공연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