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안녕하세요. 두분.
항상 여성시대를 애청하며 아침을 활짝 여는 주부랍니다.베란다에 놓여있는 조그마한 소쿠리를 보고 있노라니 팔순이 넘으신 친정 엄마가 아련히 생각났습니다.올해 1월초에 엄마가 우리집을 다녀가셨거든요.엄마는 저희집에 오실때 소쿠리에 감 홍시를 가져와 예쁜 딸 손주와 막내사위에게 간식거리를 제공 해주셨습니다. 엄마 딴에는 막내딸 집에 며칠 묵어야 하니 미안한 감도 있고,해서인지 홍시뿐만 아니라 마늘도 가지고 오셔서 반찬할때 먹으라고 손수 많이도 까 주셨답니다. 엄마는 연세가 있다보니 눈이 침침해 앞이 잘 안보이기도 하지만 가렵다고 해서 안과에 모시고 갔더니 다름아닌 백내장이 심해 수술을 빨리 하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당장에 수술 날짜를 잡고 저희집에서 쉬면서 병원을 다니시라고 제가 권유한거죠.엄마는 한사코 손을 저으셨습니다. 늙은 망년에 웬 수술이냐며... 그냥 살다가 죽을떄 되면 죽는다구요. 하지만 자식된 도리로 그럴수 있나요? 몰랐으면 몰라도 알았는데요.
다행히도 제가 집에 있는 사람이라 직접 모시고 수술도 하고 옆에서 간호도 해주었습니다. 간호라 해서 별다른건 없고 꼬박꼬박 안약 넣어주고, 약드리고 세끼 뜨뜻한 밥을 챙겨 주었습니다.
엄마는 아들 집이 아니고 딸 집이라 아무래도 제 남편 눈치를 살피시기도 했지만 우리 남편은 그런 엄마를 위해 불편없이 해줄려고 일찍 퇴근해 안마도 해주고, 자식처럼 옆에 누워 애교도 부려 주어 지금 이편지를 쓰는 이순간 남편에게 고맙기까지 하답니다. 엄마는 일주일정도 머물고 계시면서 안과 치료를 잘 받아 눈이 말끔히 낫으셨습니다.
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세상이 이렇게 훤하고 좋은지 이제야 느껴지네" 말씀하시는데 정말 가슴이 울컥 거리면서 마음이 시큰해지더라구요. 병원비는 효녀인 우리언니가 내주었는데 언니에게 고맙고,감사하기까지 했답니다.
우리 엄마가 딸 많이 낳았따고 시어머니께 구박도 많이 받고 그러셨다는데... 이제서라도 딸들에게 보상받고,눈이 깨끗이 낫았으니 저또한 효도아닌 효도를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고,흐뭇했습니다. 딸들은 부모님께 비행기를 몇번 태워 준다는데... 말 그대로 우리 엄마는 딸들이 해외 여행도 시켜주었구요.
더한것은 사위들이 얼마나 착하고, 엄마에게 잘하는지 우리엄마가 복이 많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 제가 미소가 번지고,행복해진답니다.
오늘은 잘익은 대홍시 감을 먹었는데 문득 친정엄마가 마음속 진하게 스쳐지나가 편지로나마 엄마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어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
"엄마!무병장수 하면서 남은 여생 즐겁게 사시는게 우리 자식들의 간절한 바람이에요...
"엄마!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신청곡: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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