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Air
기획) 야심차게 개장한 전주시 첫 ‘반려견 놀이터’... “그래도 배변은 안돼요”
2023-02-07 1054
목서윤기자
  moksylena@gmail.com

[전주MBC 자료사진]

지난해 여름에 문을 연 전주 팔복동의 반려견 운동장, ‘같이가개’. 


마땅한 규모의 반려동물 공원이나 운동장이 하나도 없던 전주시에 ‘같이가개’의 개장은 많은 반려인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았습니다. 


실내 휴게공간까지 갖춘 깔끔한 시설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개장 초부터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민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배변을 집에 가져가라고 하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그러고 있지만, 너무 불편해요.”


“공원이 외곽에 있어서 차를 타고 와야 하는데, 그럼 배변을 차에 갖고 가야 하거든요? 밀폐된 공간이라 냄새가 너무 심해요.”


“서울이나 다른 반려동물 놀이터는 다 배변을 버릴 수 있게 만들어 놨던데, 왜 여기만 유독 이런지 모르겠어요.”


반려인의 복지를 위해 시에서 만든 공공시설이지만, 배변을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통’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배변을 집으로 가져가 주세요”라는 안내문에 시민들은 황당하기만 합니다. 



좌: 배변은 집으로 가지고 가라는 안내문. / 우: 놀이터에 마련된 화장실에도 같은 문구가 붙어있다.
 

공원 관리인은 “차에서 냄새가 나니까, 일부 시민들이 가면서 창문으로 던지거나 길가에 버리고 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찾은 한산한 평일 오후에도 도로에는 버려진 배변 봉투를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놀이터 근처 무단투기 금지를 안내하는 현수막
공원 근처 도로에는 배변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봉투들을 볼 수 있다.

이용객들의 불편과 민원에도 불구하고 배변 수거함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주시 동물복지과는 “배변 수거함을 설치할 경우 음식물 등 일반쓰레기 투기가 우려돼 깨끗한 환경 조성을 위해 마련하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대다수의 공공 반려동물 놀이시설에 쓰레기통이 마련된 사실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최근에 조성된 대전의 시설 등, 여러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설은 시민이 배변을 직접 수거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을 얻었습니다. 



다른 지자체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아봤습니다. 




먼저, 지난해 말 문을 연 대전시 반려동물공원. 이곳에는 전주시 답변과는 달리 배변은 물론 분리수거까지 할 수 있는 수거함이 버젓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가까운 익산을 비롯해, 기자가 확인한 7군데의 지자체가 운영하는 반려동물 놀이터 모두 쓰레기(배변) 수거함이 설치돼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반려동물 놀이터에 마련된 쓰레기 /배변 수거함들.
다른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반려동물 놀이터에 마련된 쓰레기 /배변 수거함들.
전주시는 그럼에도 쓰레기 투기에 관한 ‘주민 민원’을 우려해 배변 수거함을 설치할 수 없다는 석연찮은 입장만 반복합니다. 


정작 불편은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놀이터를 찾는 시민들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