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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신조 계획 자체가 없었다"..면피성 재가동 아냐?
2023-11-28 5276
박혜진기자
  hjpark@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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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 커 ▶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재가동 1년이 다 되도록 목표 생산량이나 고용을 맞추지 못해 대기업의 배만 불린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더 큰 문제는 여전히 선박 건조가 아닌 블록 공장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조선소로 우뚝 세우겠다는 전라북도와 정치권의 선언과 달리 협약서 어디를 봐도, 선박 신조 계획 자체가 없어 면피를 위한 재가동 아니었냐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박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6일 열린 군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조선소 맞냐'는 다소 의아스러운 질문이 등장합니다. 


◀ SYNC ▶

[한경봉 의원]

"블록 공장 맞죠? 맞아요, 안 맞아요?"


조선소가 아닌 배의 일부분, 즉 블록을 생산하는 하청 공장 아니냐는 질타에 군산시는 고개를 숙입니다. 


[장영재 / 군산시 경제항만혁신국장]

"현재는 블록 공장이죠."


과거처럼 LNG선, 화물선을 만들어 내놓는 조선소가 아니라면 조선소라고 부르지 말아야 한다, 블록공장이라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지적입니다. 


[김경구 의원]

"군산 시민들이 블록공장이라고 한다, 지금. 조선소라고 부를 수 있도록 해달라."


배의 전체를 만드는 신조가 아닌, 용접으로 떼울 배의 일부 조각들을 만든 뒤 울산조선소에 납품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라북도와 정치권은 조선소 재가동에 앞서 조만간 배를 신조한다는 거창한 계획을 내세워 막대한 자금을 현대에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취재결과 당초 현대중공업은 선박 신조를 약속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대중공업과 전북도, 군산시가 지난해 2월 함께 맺은 협약서입니다. 


연간 10만톤 이상의 블록을 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완전하고 지속적인 가동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을 뿐입니다.


선박 신조에 대한 언급도 신조에 대한 목표 연도도 명시되지 않은 부실한 협약을 근거로 지자체가 연간 140억이 넘는 물류비와 인건비, 인력양성비 등을 3년간 제공하기로 한 겁니다. 


[이현숙 과장 / 군산시 산업혁신과]

(지원 기간이) 3년 정도로 돼 있습니다. 저희가 선박 건조를 위해서 신조 건조죠. 그걸 위해서 저희가.."


군산조선소는 올해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목표 생산량인 10만 톤의 겨우 절반을 넘긴 것이 현실입니다. 


[박혜진 기자]

"협약기간 3년이 지나면 지자체 부담금은 온전히 기업이 지게 됩니다. 신조는 물론이고 사업 지속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기업의 분명한 확답도 없이 지역 정치권이 면피를 위해 재가동만 서두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경봉 / 군산시의원]

"3년의 협약을 했지만 실제로 그때가 도래하면 또 요구를 할 거란 말이에요, 지자체에. 너네가 이렇게 안 해주면 우리 갈 거야, 문 닫을 거야. 예전에 GM한테 그 꼴을 많이 당했었거든요. 너무나 비굴한 협약이에요." 


연간 140억의 막대한 부담에도 신조에 대한 기대는 희미해지면서 사기업의 비용만 대납한 정치적 거래 아니냐는 의문만 커지고 있습니다.


MBC NEWS 박혜진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문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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