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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법 수용해달라"..채 상병 전우들, 尹에 공개편지
2024-05-07 139
이정용기자
  jylee@jmbc.co.kr

사진출처 : 군인권센터

지난해 7월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채 모 상병과 함께 작전에 투입됐던 동료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해달라는 취지의 공개 편지를 보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오늘(7일) 채 상병의 전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예비역 해병 A 씨와 B 씨가 작성한 A4 용지 4장 분량의 편지를 센터 누리집에 공개했습니다. 


A 씨 등은 편지에서 "2023년 7월 19일 아침 저희는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으라는 지시에 따라 하천에 들어갔다. 위험한 작전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늘 그랬듯 함께 고생하고 다 같이 부대로 복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그날 채 상병과 저희 두 사람, 그리고 여러 전우는 무방비 상태로 급류에 휩쓸렸다"며 "저마다 물에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대다 정신을 차렸을 무렵 사라져가는 채 상병이 보였다. 살려달라던 전우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미안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자책했습니다. 


이들은 사건 당시 소속 부대 지휘관이었던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A 씨 등은 "조사를 나왔던 군사경찰 수사관에게 그날 있었던 일들을 사실대로 이야기했으니, 채 상병과 부모님의 억울함과 원통함은 나라에서 잘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뉴스에서는 사단장이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지겠으니, 부하들을 선처해달라는 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현실은 거꾸로였다. 모든 책임은 부하들이 지고 선처는 사단장이 받았다"며 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 등은 "사고가 발생하고 벌써 9개월이 지났습니다. 이만큼 기다렸으면, 이제는 특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겠습니까?"라며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피해 복구를 하러 간 우리를 아무 준비도 없이 실종자 수색에 투입한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또 "가만히 서있기도 어려울 만큼 급류가 치던 하천에 구명조끼도 없이 들어가게 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둑을 내려가 바둑판 모양으로 흩어져 걸어 다니면서 급류 속에서 실종자를 찾으라는 어이없는 판단을 내린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현장과 지휘 계선에 있었던 모두가 누구의 잘못인지 잘 알고 있는데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두 달 뒤면 채 상병 1주기다. 이 자리에 사령관, 사단장 같은 분들도 아무렇지 않게 참석할 것이다"라며 "하지만 저희는 그런 자리에 가기 어려울 것 같다. 두려움과 분노를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들은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의혹의 진실을 밝혀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 씨 등은 "현장과 지휘 계선에 있었던 모두가 누구의 잘못인지 잘 알고 있는데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며 "해병대를 믿고 하나뿐인 아들을 맡긴 채 상병 부모님께 진실을 알려주는 것은 나라의 당연한 책무"라고 호소했습니다. 


아울러 "채 상병 특검법을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라고 표현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뉴스로 접했다. 하지만 이런 저희마저 수근이의 죽음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벌써 9개월이 지났다. 이만큼 기다렸으면 이제는 특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겠냐"며 "용기 내 부탁드린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달라. 저희가 대한민국 국민임이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으로 불리는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라고 평가하며 사실상 특검법 거부를 시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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