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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굿 안하면 큰일난다"..3천만 원 받아낸 무당 '집유'
2024-04-27 3065
이정용기자
  jylee@jmbc.co.kr

[MBC 자료사진]

무속 상담을 받으러 온 직장인들에게 주술행위를 하지 않으면 당장 큰일이 날 것처럼 속여 거액을 가로챈 50대 무속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오늘(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사기와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 씨(51·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형의 집행을 3년 유예했습니다.


A 씨는 2020년 6~11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보고 온 직장인 2명에게 굿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속여 굿값 명목으로 총 3천 600여만 원을 편취하고 헤어진 연인에게 반복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 씨는 코로나19 시기에 출근하지 못해 직업 상담을 받으러 온 직장인에게 "엄마에게 죽은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귀신의 기운이 들었다. 지금 굿을 하지 않으면 엄마가 죽는다"고 속여 3천여만 원을 빼앗았습니다. 


또 A 씨는 직장 문제로 찾아온 또다른 직장인에게는 "묘탈이 있으니 풀어야 한다"고 속여 굿값으로 600여만 원을 챙겼습니다. 


A 씨는 전 남자친구에게 지난해 1월부터 '마귀가 되어 구천을 떠돌 거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60여 차례 보내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재판에서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A 씨는 "굿을 하지 않으면 당장 해악이 실현될 것처럼 고지한 사실이 없다"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속아서 굿을 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얻고자 자발적인 의사로 굿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뿌리쳤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굿을 서두를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호통치면서 즉석에서 카드 한도를 상향하게 만들어 당일에 거액의 굿값을 결제하는 등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고 죄질도 나쁘다"고 질타했습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무속 행위의 사회적 기능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고, 실제로 일정한 구색을 갖춘 무속 행위를 진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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