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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공장형 동물복지 인증'.. 대기업과 관련 있나?
2024-05-19 1487
목서윤기자
  moksylena@gmail.com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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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원의 대규모 동물복지인증농장이 사육두수를 늘리기 위해 불법 증축을 감행했다는 사실을 농림부가 확인해줘 논란인데요,


현장점검에 나선 남원시는 불법 증축은 없다며, 정반대되는 결과를 내놓아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고, 기관마다 말이 다른 의문의 동물복지 농장은 남원뿐 아니라 경북 영주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두 농장 모두 동물복지 제품으로 유명한 국내 한 대기업에 납품 중인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본래 소규모 농장만 받던 동물복지 인증이 ‘공장형’ 농장으로 확대된 데에, 이런 대기업의 입김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의문입니다.


◀리포트▶

남원의 대규모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양계장 면적이 크지도 않은데 어떻게 20만 마리 가까운 닭을 키우며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농장이 허가받은 기준과는 다르게 층수와 면적을 임의로 늘려 운영해왔음을 시인합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거기가 중간을 막아서 2층으로 사용하고 있다니까요?"


취재진의 요구에 따라 현장점검에 나선 남원시, 


농림부의 해명과는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놓습니다. 


[남원시 환경과]

"그것이 증축이라고 볼 수가 없고, 그게 따로 2층으로 해서 그렇게 하지는 않아요."


근거 자료를 요청했지만, 현장점검을 하면서도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답변입니다.


[남원시 환경과]

"지금 사진도 못 찍었고, 사진은 절대 안 된다고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쪽(농장)에서는."


동물복지법상 인증 기준을 위배한 농장이 버젓이 존재하는 데도, 인증한 농림부도, 관할하는 지자체도 문제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것,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례를 경북 영주시의 동물복지 농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미온적 대응은 비슷비슷하지만, 그나마 지자체가 해당 농장의 불법 증축 사실을 확인한 후 시정 조치를 내린 것이 다른 점입니다. 


[경북 영주시 건축과]

"이게 좀 큰 건이어서.. 좀 천천히 (조치를) 내리고 있긴 하거든요. 언젠가 벌금을 내리긴 하겠죠. 만약에 조치가 안 돼 있으면요."


비슷한 논란이 제기된 두 농장은, 알고 보니 같은 기업에 달걀을 공급 중입니다.


범위를 국내 10만 수 이상의 대형 개방형 케이지식 농장으로 넓히면, 놀랍게도 해당 농장 모두, 이 유명 기업의 거래처로 확인됩니다. 


9마리 이하로 맞춘 기존 동물복지 기준이 돌연 ‘케이지 설치 시 17마리’까지로 완화된 데에, 대기업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P업체 전 거래 농장]

"계약 해지하겠다 그냥 나가라 하는데, 뭐 방법이 있어요? 소규모 농장들이라 아무리 (달걀이) 좋아도 완전 찬밥 신세가 된 거지. (거래처 바꾸기 전에 P업체랑은 얼마나 거래하셨어요?) 12년."


기본 10만 수 이상을 키우는 ‘공장형’ 동물복지 농장이 들어서면서 기존 소규모 농장들은 거래처도 잃고, 가격 경쟁에서도 밀려 달걀을 유통할 판로마저 막혀버린 현실. 


대기업이 동물복지 달걀 시장에 뛰어들며 아예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강동수 / 전국동물복지 산란계협회장]

"동물복지는 소규모 농장에 적합한 축산이거든요. 대량 생산 목적으로 공급이 많이 되면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거든요. 소농들은 다 문 닫게 되죠."


동물복지법 개정으로 인증 기준을 완화한 농림부, 적극적인 현장점검 등 관리와 대처에 미온적인 지자체, 그리고 시설 공개는 절대 안 된다는 대기업 거래 농장까지.  


대형 동물복지 농장의 인증을 둘러싼 의문은 커지고 있습니다. 


[소규모 산란계 농장주]

"우리는 솔직히 말하면 (동물복지) 원정 세대잖아. 이제 업체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우리는 어디 갈 데가 없어요."


지구 새로 봄, 전주MBC 목서윤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

그래픽: 안희정

영상출처: Youtube Techno, Big Dutch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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