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이번 폭우는 완주 북부 지역에도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제방 곳곳이 무너지면서 민가는 물론 차량이며 전신주까지 휩쓸리고, 가슴 높이로 불어난 물에 고립된 주민들은 새벽 내내 공포에 떨어야 했는데요.
모든 게 쓸려나간 현장을, 허현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거센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 제방.
비닐하우스가 모여있던 농경지는 불어난 물에 휩쓸리고 흙과 자갈에 뒤덮였습니다.
5톤 쓰레기차는 맥없이 떠내려가 흙더미 위에 처박혔고, 전봇대들은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김상윤 / 인근 주민]
"[저 (컨테이너) 빨간 게?] 여기 있던 거죠. [여기 있던 거예요?] 예."
폭우가 휩쓸고 간 완주와 익산에서 무너져 내린 제방만 무려 5곳, 인근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합니다.
[강래언 / 피해 농민]
"폭탄 터지듯이 '펑'하고, 번개 치듯이 '탁'하면서 터졌거든요. 그러게요. 재난 복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나요."
인근 마을은 진입로가 아예 하천에 휩쓸려 무너져 내렸습니다.
[허현호 기자]
"무너진 도로 반대편에 있는 마을 세 곳에는 50여 세대가 살고 있는데요. 어르신들을 포함해 70여 명이 마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고립됐습니다."
면 소재지는 불어난 물에 침수되면서 마을 상가도, 집도 모두 흙투성이가 됐습니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흙탕물에 주민들은 새벽 내내 공포 속에서 소방대원들의 구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박윤순 / 피해 주민]
"아기 아빠가 여기로 (저를) 업어 가지고, 요 앞집 옥상으로 올라갔지요. 그래가지고 날 새고 내려왔어요. 무섭죠. 우리 아기 아빠가 덜덜 떨린대요. 옥상에 있는데."
마을 위쪽으로 올라가 보니 하천 물이 범람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허현호 기자]
"하천 옆 울타리가 이렇게 엿가락처럼 휘어졌습니다. 하천에서 넘어온 물이 산에서 내려온 물과 합류해 아래쪽 마을을 덮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택가까지 수백 미터가량 떠내려 온 비닐하우스와 승용차, 범람 위험에도 아무런 대처가 없었다며 분통이 터져 나옵니다.
[임선우 / 피해 주민]
"(배수로) 이게 지금 2016년도에 하다가 만 거예요. 공사가. 지금 10년이에요. 10년. 10년 동안 뭐 했냐고 지금. [만약에 집으로 덮쳤으면?] 다 덮쳤어 봐. 몰살했지. 평균 연령이 78세 넘어요. 우리 동네 전부 노인들 살아요. 지금."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이례적인 재난이라며 입을 모으는 주민들, 계속되는 비 소식에 막막함만 커져가고 있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